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요즘 '과학고 투어'에 한창이다.

올 들어 틈나는 대로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과학고 순회 방문에 나서 전국 17개 과학고 중 이미 12개 고교를 직접 찾아 봤다.

일부 학교는 3~4회씩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 25일에는 제주도에서 열린 '카이스트 CEO 포럼'에 참석했다가 빠듯한 일정을 쪼개 제주 과학고를 찾았다.

"KAIST 입학생의 70%가 과학고 학생인데 고객을 모셔오면서 가만히 앉아 있어서야 되겠느냐"는 게 그의 얘기다.

이날 제주 과학고 강당에서 특별 강연을 한 서 총장은 좌중을 향한 질문으로 말문을 열었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를 봤어요.

이유가 뭘까요."

그의 질문에 강당을 꽉 메운 100여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숨을 죽였다.

"뉴욕 한 공과대학원의 박사학위 수여식을 봤기 때문이에요.

취득자의 절반이 중국인이었대요.

배가 아파서 울었을까요.

(침묵) 아닙니다.

저렇게 우수한 중국인 박사들을 불합리한 이민 제도 때문에 미국 시민으로 껴안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서 눈물을 훔쳤다고 합니다."

그는 이어 "이것이 진정한 국제화이며,전 세계 모든 인류가 더불어 잘사는 세계화가 진정한 글로벌화"라고 힘줘 말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여러분과 같이 유능한 인재들이 정년 65세 보장에 '혹해서' 전 인류를 위한 비전도 없이 안정된 직장만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얼마나 안타깝습니까.

진실로 눈물을 흘려야 할 이들은 바로 우리들입니다."

한 시간 반가량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서 총장은 젊은이가 가져야 할 '꿈과 비전'에 대해 강조했다.

KAIST가 그들에게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다는 다짐도 했다.

처음엔 무표정했던 학생들도 강연이 끝날 때쯤엔 힘찬 박수로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서 총장은 20년 후 한국을 이끌 인재를 직접 찾겠다는 뜻에서 과학고 투어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열정이 이 땅의 이공계 위기를 타파하고 '스트롱 코리아'를 건설하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해 본다.

제주=성선화 사회부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