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의 과당경쟁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이번에는 농협카드의 36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농협이 지난달 내놓은 '투어 앤 내비카드'의 3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중단하고 일정한 이자를 받도록 권고했다.

투어 앤 내비 카드는 회원들에게 차량 내비게이션이나 해외여행 상품가격을 최대 50만원까지 미리 할인해 준 뒤 회원들로부터 36개월간 매달 카드 결제로 쌓은 포인트 등으로 이자 없이 원금만 상환받는 상품으로 출시 한 달 만에 3만여장이 팔려 나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할인해 준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으면서 이자를 받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유사한 서비스를 준비하려는 다른 카드사들도 있는 점을 고려해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농협 측에 서비스 제공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금감원의 지적에 따라 36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폐지하고 매달 일정한 이자를 받거나 고객들에게 물건값을 할인해 준 뒤 나중에 고객들이 적립한 포인트로 상환받는 '선(先) 포인트 카드'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미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받고 있는 회원들에게 갑자기 이자를 받으면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여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다소 유동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월 금감원은 교통비 할인으로 인기를 끈 '하나 마이웨이 카드'를 출시 두 달 만에 발급 중단시켰고 이달 초에는 카드 결제액 중 남은 자투리 돈을 펀드에 투자하는 '우리V카드 우수리 서비스' 제공을 막았다.

또 7월부터 주유 카드 할인율도 대폭 인하하도록 유도했으며 이르면 9월부터 아무런 조건없이 연회비를 면제해 주지 못하도록 현재 '카드 표준 약관'을 만들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