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 확정과 관련해 추가협의다,보완이다,재협상이다 하는 등의 갖가지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민주당이 공화당 행정부에 대해 자기당의 시각을 반영한 '신통상정책'을 FTA에 반영토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은 노동·환경분야가 강화되지 않으면 한·미 FTA를 비준(批准)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추가논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한다.

한·미 양국은 29일부터 워싱턴에서 FTA 대표단회의를 열고 협정문 확정작업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미국의 구체적 요구가 어떤 식으로든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가 무엇이든 우리가 분명히 해 두어야 할 것은 기존 합의사항을 수정하거나 뒤집는 식의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렵사리 합의한 협정안에 대해 국내외 반대의견이 적지 않은 판국에 이를 뒤집는 수정이 가해질 경우 협상체결은 백지상태로 되돌아갈 위험이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물론 그간의 협상에서 미처 구체화시키지 못한 부문이나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던 모호한 의제 등에 대해서는 협정문을 구체화시키면서 보완하고 명백히 하는 게 바람직하고,또 당연한 절차라고 본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합의된 내용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이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기존 합의의 원칙이나 틀을 벗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이는 그간의 협상을 백지화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최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변인은 "의회와 합의한 노동 환경분야 등을 포함한 신통상정책은 한·미 FTA에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 내용이 제시돼 봐야 논의의 필요성 여부가 드러나겠지만 자국의 자동차 및 농업계 요구사항을 폭넓게 포함시켜 재협상을 요구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 노동분야의 분쟁해결절차 등에서도 이미 합의한 특별 분쟁해결절차보다 일반적인 분쟁해결절차를 적용하자는 것도 말이 안된다. 노동문제의 분쟁해결에 무역보복을 동원하는 것은 사리에도 맞지 않는 횡포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일부 시민단체 등은 한·미 FTA의 철회(撤回)나 수정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찮은 실정이다.

자칫 미국의 재협상 요구가 반대 세력의 명분만 강화해주는 사태로 이어지지 않도록 양국 정부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