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산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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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에는 나물의 형태와 맛을 빗댄 민요가 전해온다.
"나림 꺾어 고사리/이영꾸부렁 활나물/한 푼 두 푼 돈나물/매끈매끈 기름나물/돌돌 말아 고비나물/칭칭감아 감둘레/집어뜯어 꽃다지/쏙쏙 뽑아 나생이/어영 저영 말맹이/이 개 저 개 지치기/진미백승 잣나물/만병통치 삽추나물." 이름조차도 생소하건만 그 나물들이 손에 잡히는 듯 아른거린다.
옛말에 "시집 온 새댁이 나물 이름 서른가지를 모르면 굶어 죽는다"고 했다.
나물이 양식노릇을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말리고,삶고,우려내서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먹었고,제사상에도 나물은 빠지지 않았다.
이 같이 나물은 조상봉사를 하고 끼니를 해결해 주는 것이기에,언제쯤 어디에서 무슨 나물이 나는지를 한눈에 쭉 꿰는 일은 삶 그 자체의 공부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산나물은 종류가 다양하고,맛과 향이 뛰어난 데다 영양도 풍부해 더욱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오죽했으면 초봄에 나는 풀은 어느 풀이나 뜯어 먹어도 약이 된다 해서 '백초차(百草茶)'라 불렀을까 싶다.
한동안 서양음식에 가려 누구도 거들 떠보지 않았던 산나물이 최고의 웰빙식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공해와 농약으로부터 해방된 청정지역의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포닌 등 인체의 저항력을 길러주는 성분들이 많아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물은 상한가를 치고 있다.
무엇이든지 과열되면 문제가 터지는 법.국립공원은 물론이고 도시 인근의 산들이 나물을 채취하는 등산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전기와 전문장비를 동원한 전문적인 채취꾼까지 등장해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한다.
전국 산하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나물이 뒤늦게나마 귀한 몸으로 대접을 받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싹쓸이식의 불법 채취는 자칫 생태계를 위협하는 짓이어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
산나물을 캐더라도 결코 뿌리만은 건드리지 않는 배려가 아쉽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나림 꺾어 고사리/이영꾸부렁 활나물/한 푼 두 푼 돈나물/매끈매끈 기름나물/돌돌 말아 고비나물/칭칭감아 감둘레/집어뜯어 꽃다지/쏙쏙 뽑아 나생이/어영 저영 말맹이/이 개 저 개 지치기/진미백승 잣나물/만병통치 삽추나물." 이름조차도 생소하건만 그 나물들이 손에 잡히는 듯 아른거린다.
옛말에 "시집 온 새댁이 나물 이름 서른가지를 모르면 굶어 죽는다"고 했다.
나물이 양식노릇을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말리고,삶고,우려내서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먹었고,제사상에도 나물은 빠지지 않았다.
이 같이 나물은 조상봉사를 하고 끼니를 해결해 주는 것이기에,언제쯤 어디에서 무슨 나물이 나는지를 한눈에 쭉 꿰는 일은 삶 그 자체의 공부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산나물은 종류가 다양하고,맛과 향이 뛰어난 데다 영양도 풍부해 더욱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오죽했으면 초봄에 나는 풀은 어느 풀이나 뜯어 먹어도 약이 된다 해서 '백초차(百草茶)'라 불렀을까 싶다.
한동안 서양음식에 가려 누구도 거들 떠보지 않았던 산나물이 최고의 웰빙식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공해와 농약으로부터 해방된 청정지역의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포닌 등 인체의 저항력을 길러주는 성분들이 많아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물은 상한가를 치고 있다.
무엇이든지 과열되면 문제가 터지는 법.국립공원은 물론이고 도시 인근의 산들이 나물을 채취하는 등산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전기와 전문장비를 동원한 전문적인 채취꾼까지 등장해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한다.
전국 산하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나물이 뒤늦게나마 귀한 몸으로 대접을 받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싹쓸이식의 불법 채취는 자칫 생태계를 위협하는 짓이어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
산나물을 캐더라도 결코 뿌리만은 건드리지 않는 배려가 아쉽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