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사건 '늑장수사' 논란과 관련해 이택순 경찰청장이 28일 "국민신뢰 회복과 경찰 조직안정 방안 마련에 주력하겠다"며 퇴임압력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청장은 이날 경찰청에서 열린 '긴급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수사결과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객관적이고 신속한 처리를 위해 불가피하게 검찰에 수사를 맡기는 결정을 했다"며 검찰 수사의뢰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는 "하루빨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이번 사건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진단해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자신이 수습책 마련을 주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청장의 이 같은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는 자신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국민 의혹을 조속히 불식시키고 경찰 조직을 안정화 시키기 위해선 검찰이 수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청와대의 뜻을 경찰청장에게 의견 제시했고 그 의견을 경찰청장이 들어서 스스로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검찰 수사의뢰가 청와대와 경찰의 의견교환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경찰대 총동문회와 하위직 출신 전ㆍ현직 경찰관들의 모임인 '무궁화클럽' 등은 이날 경찰청 주변에서 경찰수뇌부 퇴진을 요구하는 긴급 모임을 잇따라 갖는 등 후폭풍이 계속됐다.

한편,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경찰청이 경찰 수사라인의 '외압 의혹' 등에 대해 공식 수사를 의뢰함에 따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본안 사건을 수사 중인 서범정 형사8부장검사를 주임검사로 수사팀을 꾸리고,김학배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뿐만 아니라 로비 핵심으로 꼽히는 최기문 한화그룹 고문(전 경찰청장) 등을 이르면 이번 주 ㄴ중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문혜정/이심기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