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基承 < 청주대 교수·경제학 >

우리경제의 성장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쟁국들의 성장률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전반적인 하락 또는 정체(停滯) 양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이 5% 이하로 하락했다는 것은 이미 정설로 인식되고,10%에 가까운 성장은 이제 전설이 되고 있다.

성장 활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비단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주요 원인 중 하나로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낮다는 점이 계속 지적되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가 제조업과 서비스업이라는 두 바퀴로 굴러간다면 지금 우리 경제는 바람 빠진 서비스업이라는 바퀴가 제조업이라는 다른 바퀴와 공기압(空氣壓)이 달라 도로를 달리면서 덜컹거리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1960년대 이래 제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을 추구해 온 우리나라의 경우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경제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생산성도 선진외국에 비해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조업 부문에서 지난 30여년 동안 선진국과의 경쟁력 격차를 빠른 시일 내에 좁히는 데 성공한 반면,오랜 사업경험에서 축적된 노하우나 지식,문화적 역량 등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는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아직 선진국에 비해 생산성이 매우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서비스업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이 낮은 데다 서비스업 발전을 위한 투자나 혁신노력 등에서 매우 인색했던 데 그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제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1년에 5036만원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 반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부가가치 창출액은 2821만원에 그치고 있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경우 서비스업 생산성은 제조업의 99.4%로 거의 일치해 우리나라와 크게 대조를 이룬다.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은 1990년대 초반까지는 제조업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이후 격차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선진 외국과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경쟁력은 크게 열악한 상태다.

교육 의료 금융 통신 도소매 부동산 등 거의 대부분의 서비스업종에서 선진국,특히 서비스업이 가장 발달했다고 하는 미국에 비해 생산성이 절반 또는 그 이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성장활력 회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타를 제시해 주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서비스업의 생산성 제고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서의 일자리 창출이 난관(難關)에 봉착한 우리경제의 활로임이 분명해 보인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의 확대가 가장 약효가 좋은 처방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산업별 R&D 지출 비율을 보면 특히 고기술 제조업 부문을 중심으로 R&D 투자가 이뤄져 서비스 산업에 대한 R&D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2004년 우리나라 전체 R&D 투자 규모는 GDP의 2.9% 수준으로 OECD 평균 2.3%보다 높은 편이다.

그러나 R&D 투자의 대부분이 제조업에 집중되면서 민간 R&D의 경우 서비스 부문의 비중은 2004년 현재 6.9%에 머물고 있다.

이는 OECD 국가의 서비스에 대한 R&D 비중 23.7%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민 1인당 서비스 부문에 대한 R&D 지출이 31.0달러로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미국,캐나다 및 북유럽 국가들과 같이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높은 나라들의 경우 서비스부문에 대한 R&D 투자 비중도 높다는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서비스업 부문에서도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R&D 투자 증가와 같이 혁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서비스 산업이 경제 전체 생산성 제고(提高)의 걸림돌이 아니라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에 대한 R&D투자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R&D투자를 통한 새로운 상품과 신사업 발굴에 힘써야 할 것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대외개방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