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에 성공한 작품을 속편으로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것은 할리우드에서 하나의 공식이 돼버렸다.

제작비라면 얼마든지 쏟아부을 준비가 돼 있는 할리우드가 고정 관객이 확보된 속편 제작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스파이더맨3' '캐리비안의 해적3-세상의 끝에서' 등으로 한국 극장가를 점령한 할리우드가 이제 애니메이션의 절대 강자 '슈렉3'를 선보인다.

총제작비 1억6000만달러(약 1488억원)를 들인 3편의 이야기는 슈렉처럼 단순하다.

얼떨결에 '겁나 먼(Far Far Away) 왕국'의 왕위를 계승하게 된 슈렉과 피오나 공주는 개구리 왕으로부터 먼 친척인 아더 왕자를 찾아오면 원래 살던 늪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이 말을 듣고 슈렉은 아더 왕자를 찾아 길을 떠나지만 '왕재수' 프린스 차밍은 후크선장 등 동화 속 악당들을 모아 반란을 일으키는데….

다 알겠지만 이 영화는 그냥 별생각없이 보는 오락물이다.

하지만 이런 관대(?)한 관점에서 보더라도 2001년 1탄 때와 비교해 거의 달라지지 않은 슈렉의 모습은 약간 지겹다.

감초 역할을 하는 당나귀 '동키'와 '장화신은 고양이' 역시 식상해졌다.

'저주에서 풀려난 공주는 당연히 아름다운 미인'이라는 동화 속의 기존 통념을 통쾌하게 뒤집어버린 1탄의 신선함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웃을 수 있지만 그 시간은 극히 짧고 단발적이다.

아빠가 되는 것이 두려운 슈렉이나 고등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더 왕자를 부각시켜 가족영화 컨셉트를 너무 강조한 것도 지루하다.

그럼에도 '리브 앤드 렛 다이(Live And Let Die)'를 비롯해 옛 팝송을 편곡한 삽입곡들이 돋보이는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은 낮다.

아이들 손 잡고 함께 보러갈 수 있는 가족 오락영화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충무로도 이제 눈물과 감동만 자아내려는 진지한 가족영화에 너무 매달리지 말고 가볍고 경쾌한 한국판 '슈렉'을 한 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꼭 돈이 많이 들어가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도 상관없을 것 같다.

6월6일 개봉.전체.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