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고급 자동차 제조업체인 독일의 BMW가 미국 포드자동차로부터 고급 자동차 브랜드인 볼보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포드는 '본드카'로 유명한 영국의 애스턴마틴을 지난 3월 매각한 데 이어 고급 브랜드 대부분의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일간지인 고테보그 포스텐은 포드 관계자를 인용해 BMW가 볼보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 25일자에서 BMW가 볼보를 인수하기 위한 비공식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관계자들은 "BMW를 비롯해 몇몇 자동차 회사들이 최근 몇 달 동안 볼보의 재정 상태를 실사하고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중 BMW가 볼보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인 BMW가 볼보를 인수하더라도 얻을 것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내비치고 있다.

볼보 대변인은 이에 대해 "매각 여부는 소유주인 포드가 밝힐 문제"라며 언급을 회피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사모펀드인 서버러스캐피털이 크라이슬러를 인수했지만 사모펀드가 볼보를 인수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볼보는 대표적 고급차 브랜드 중 하나로 스웨덴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99년 포드가 인수해 현재는 재규어 랜드로버와 함께 포드의 프리미어 오토모티브 그룹(PAG)에 소속돼 있다.

포드는 잘나갈 때 유럽의 고급 브랜드를 잇따라 인수했지만 경영 위기에 빠지면서 고급차 매출도 덩달아 줄어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의 경우 이들 3개 브랜드의 매출액은 두 자릿수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랜드로버의 매출이 12.7%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볼보 및 재규어가 포드의 경영을 옥죄는 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포드의 고급 승용차 부문은 작년 3억27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포드 전체의 작년 적자 127억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경영위기 탈출을 위해 돈 되는 고급 브랜드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드는 실제 지난 3월 007 영화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타는 '본드카'로 유명한 영국의 애스턴마틴을 영국인에게 8억6910만달러를 받고 매각했다.

1994년 애스턴마틴을 인수한 지 13년 만이다.

앨런 멀럴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또 다른 고급차 브랜드인 재규어의 매각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메릴린치는 포드가 이들 고급 자동차 브랜드를 매각할 경우 90억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포드는 작년 127억달러라는 기록적인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위기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자 대주주(의결권 기준 40% 지분율)인 포드 가문의 지분 매각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펑크 난 포드車 '볼보'도 판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