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분야 시장조사 기업인 미국 아이서플라이의 데릭 리도 회장과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인 핀란드 노키아의 테로 오얀페라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부사장이 한국 IT 업계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두 사람은 29일 서울방송(SBS) 주최로 서울 쉐라톤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 디지털포럼'에서 연설했다.

리도 회장은 '한국 IT산업 경쟁력의 현주소와 전망'이란 주제 발표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중국 및 대만 업체들에 밀리고 있다"면서 "3년 안에 D램 분야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얀페라 부사장은 '한국산 vs 노키아산 단말기의 대격돌'이란 주제 발표에서 한국이 휴대폰에 글로벌 표준 플랫폼을 채택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두 사람의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한다.


◆데릭 리도 아이서플라이 회장

반도체 강국인 한국이 3년 안에 세계 D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전 세계 선두를 달리는 한국 반도체 회사가 D램 생산 주도권을 대만 중국 등 후발 주자에 내 줄 상황이다.

한국은 D램과 같은 자본 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자본 집약적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은 한국보다 중국과 대만에 더 많다.

게다가 일본 엘피다,독일 퀴몬다 등 후발 경쟁사들이 대만이나 중국 회사와 협력해 저가 생산체제를 구축,한국을 따라잡고 있다.

올해 D램 생산량 기준으로 한국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47%로 가장 높지만 내년에는 46%로 떨어질 것이다.

대만과 중국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올해는 31%에 머물겠지만 내년에는 35%까지 오를 전망이다.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다.

이들은 한국과 맞서기 위해 글로벌 제휴를 맺는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D램 시장 성장률은 지난 3월 정점에 달한 뒤 내년 3월까지 저성장을 지속할 것이다.

한국의 D램 업체들이 리더십을 잃는다 해도 당장 위험에 빠지진 않을 것이다.

D램보다 수익성이 더 큰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테로 오얀페라 노키아 CTO

한국 휴대폰 업체들이 더 크기 위해서는 휴대폰 플랫폼을 다른 기업들이 다 쓰는 글로벌 표준으로 바꿔야 한다.

한국에서 혁신적인 콘텐츠와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지만 전 세계로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는 한국 표준에만 매달리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무선인터넷을 활성화하기 위해 휴대폰에 한국형'위피'플랫폼 탑재를 의무화했다가 최근 해제했다.)

노키아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36%의 점유율로 1위를 지키는 이유는 브랜드 파워와 규모의 경제,기술 개발,유통 등 혁신을 위한 노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같은 모든 노력이 글로벌 표준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플랫폼 채택은 한국 휴대폰 업체의 생존을 위해 꼭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노키아가 2003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이래 재진입할 계획이 있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재처럼 한국이 국내 표준만 고집한다면 노키아가 재진입한다 해도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