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펀드 투자에서도 '승부사'기질을 보였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비해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고수익이 기대되는 코스닥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 2년여 만에 60%를 훨씬 웃도는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노 대통령이 2005년 7월 1000만원씩 가입한 8개 펀드의 수익률이 고공 비행 중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시중 자금이 부동산보다 자본 시장 쪽으로 몰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이들 펀드에 가입했다.

어떤 펀드에 들었는지는 비밀에 부쳐지고 있지만 업계에서 추정하는 5개 유력 펀드의 가입 후(22개월) 수익률은 평균 62%다.

Y펀드의 경우 수익률이 78%에 달하는 등 대부분 50%가 넘는 고수익을 내고 있다.

가장 부진한 M펀드도 38%의 만만찮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대통령 펀드'들의 질주는 요즘 들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1개월 수익률이 11%,최근 3개월 수익률은 25%에 달할 정도다.

가입 후 1년 수익률이 12%대였음을 감안할 때 최근 강세장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펀드 투자 직후인 2005년 8월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과 주식 중 누가 이기나 보자,나는 주식에 겁니다"라는 말로 승부사 기질을 유감 없이 드러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부동산 불패 신화를 깨뜨리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지만 주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 이후 부동산 값이 급등해 체면을 구기기도 했지만 펀드 수익률이 치솟으면서 승부로만 본다면 '판정승'한 모양새다.

부동산 중 가장 많이 오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값이 최근 4년간 60%가량 오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대통령 펀드'에 대해 운용사들이 나름대로 신경쓴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대통령 펀드'의 상당수는 동일 유형 펀드 중 수익률 최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일부 펀드의 경우 한때 부진하다 최근 빠른 속도로 수익률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