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대비 비즈니스 회화 '붐'

4월 이후 수강생 급증...지난해의 1.5배

지난달 2일 협상이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으로 전국 영어학원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과의 교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직장인들이 앞다퉈 비즈니스 관련 영어회화 강좌에 몰리기 시작한 것.기업들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회화 관련 사내교육을 대폭 강화하며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 분위기다.

전국에 120개 학원 체인을 운영 중인 YBM어학원은 29일 지난 4월과 5월의 수강생 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비즈니스 회화 수강생들이 각각 46%,3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비즈니스 회화 수강생에는 취업을 위한 영어면접 대비반,토익 말하기 시험 대비반 수강생 등이 포함돼 있다.

4월과 5월의 일반 회화반 수강생 역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6%와 13% 늘어났다.

이옥주 YBM어학원 이사는 "3월까지 지난해와 엇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던 비즈니스 회화반 수강생들이 4월부터 큰 폭으로 늘어났다"며 "'점수영어'가 아닌 '실전영어'를 배워야 직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직장인들 중 상당 수가 한·미 FTA를 계기로 학원 수강을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중국어 '붐'이 한·미 FTA의 영향으로 영어쪽으로 돌아선 셈"이라고 덧붙였다.

입사시험에서 토익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쇠락의 길을 걸어왔던 토익 관련 강좌도 한·미 FTA의 영향으로 기사회생하는 분위기다.

이 이사는 "5월의 토익 관련 강의 신청자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가량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비즈니스용 영어회화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사내교육을 의뢰하는 기업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삼성그룹 계열의 직장인 전문 교육업체인 크레듀는 2주 전부터 SK텔레콤의 의뢰로 이 회사 전 임직원들에게 영어교육을 하고 있다.

수강생은 700명가량이다.

크레듀는 현재 은행 2~3곳과도 직원 대상 사내 영어회화 교육을 위한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남연 크레듀 과장은 "수출이 중심인 기업들은 1~2년 전부터 영어교육에 높은 열의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내수 기업들까지도 영어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SK텔레콤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비즈니스 영어를 익히자는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근로자 300명 이하인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직무에 필요한 어학교육을 받을 경우 노동부의 근로자수강지원금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 제도를 활용해 영어를 배우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

정철어학원이 서울 종로에서 직장인 전문 영어학원으로 운영하는 종로캠퍼스의 경우 근로자수강지원금제도를 이용해 영어 관련 강좌를 듣는 중소기업 소속 수강생 수가 한·미 FTA 타결 이후 35%가량 늘어났다.

이영균 정철학원 팀장은 "연초만 하더라도 근로자수강지원금제도를 이용해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의 증가세가 지지부진했다"며 "한·미 FTA가 수강생 증가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