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측 변호를 맡고 있는 신필종 김앤장 변호사는 "항소심 판결은 검찰이 기소한 에버랜드의 손해액 970억원 중 89억원만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 881억원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며 "이처럼 사법당국 간에도 극명하게 의견 다툼이 있는 의무를 10여년 전 기업 임원에게 요구할 수는 없다"며 판결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배임으로 형이 무거워진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올바른 해석이 아니다"며 "오히려 나머지 881억원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서 '삼성그룹 차원의 지배권 이전 목적의 공모'라는 공소사실의 기본 전제를 인정하지 않고 범죄사실에서 배제함으로써 검찰의 지금까지의 주장을 재판부가 사실상 배척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가 공모 여부를 떠나 범죄사실이 인정되기 때문에 판단을 안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이자 공소의 전제는 그룹 차원의 공모라는 부분이었고 검찰은 일관되게 공모 사실을 주장해왔는데 거기에 대한 판단이 빠졌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반박했다.
또 "기본적으로 전환사채 발행 시 전환가격이 높든 낮든 회사에 들어오는 돈에는 차이가 없다"며 "단지 전환가격이 낮으면 발행되는 주식 수가 더 많아져 손해가 기존 주주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회사에 손해를 끼쳐야 되는데 피고인들이 회사에 끼친 손해는 없다"며 "주주 간의 문제는 주주끼리 해결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전환사채 가격 산정 방법에 대해서는 방법상의 차이라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 변호사는 "방법에 따라 7700원이 나온 것을 검찰도 인정했다"며 "무수히 많은 방법에 따라 무수히 많은 가격이 나올 수 있기에 어느 하나만 맞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 변호사는 "판결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대법원에서는 순수하게 법 논리에 따라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