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았던 혼합형펀드가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올 들어 주식형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크게 뒤처지면서 투자매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은행 CD금리가 5%대로 상승하면서 펀드투자자들의 환매 요청도 쇄도해 설정액이 크게 줄고 있다.

29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혼합형펀드의 설정액은 41조9826억원으로 올 들어 5조9705억원이나 줄었다.

채권형펀드는 46조7215억원으로 3조6940억원이 줄어드는데 그쳤고 주식형펀드는 7조5542억원이 늘어난 54조1001억원이었다.

올 들어 펀드의 유형별 누적수익률은 주식형펀드가 16.86%인 반면 주식혼합형 8.83%,채권혼합형 5.56%,채권형은 1.43%다.

주식혼합형은 주식편입 비중이 총자산액의 30∼60%인 경우,채권혼합형은 주식편입 비중이 30% 이하인 펀드를 말한다.

혼합형펀드의 수익률이 채권형보다 훨씬 나은 데도 설정액이 더 많이 줄어든 것은 주식형펀드와의 수익률 격차가 너무 벌어졌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펀드애널리스트는 "혼합형펀드 투자자들이 특정 혼합형펀드에 자금을 넣기보다는 수익률이 좋은 주식형펀드와 채권형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혼합형펀드의 수익률이 주식형펀드에 비해 크게 뒤처지면서 매력도가 많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은행권의 CD금리가 5%대로 급등한 것도 혼합형펀드의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또 환매로 인해 펀드설정액이 줄어든 혼합형펀드는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를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져 다시 투자자들의 환매를 불러일으키는 악순환도 생겨나고 있다.

삼성증권 조완제 펀드애널리스트는 "혼합형펀드는 외국에서도 대중적인 펀드가 아니다"고 지적하며 "주식시장에 대해 불안감을 가졌던 시기에는 혼합형이 유행했지만 상승장에서는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