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공격적 투자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수익률을 충분히 높여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기금 고갈 시기도 더 늦추겠다는 목적이다.

이를 위해 현재 운용자산의 85%를 차지하는 채권 비중을 5년 안에 50%대로 떨어뜨리고 주식투자 비중은 13%에서 최소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치를 공개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정부가 연금의 중기 포트폴리오 목표를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시장에 분명한 시그널을 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수익률 목표,성장률보다 높게

정부의 의지는 다소 무모하다 싶을 만큼 확고하다.

29일 위원회는 2012년까지 달성할 목표수익률을 7.3%로 제시했다.

지난해 수익률은 5.77%였다.

최근 3년간 평균도 6.36%에 불과했다.

평균 성적보다 높은 목표를 내건 것이다.

또 정부는 지난해 중기 자산배분안을 처음 발표할 때만 해도 내부적으로 2011년까지의 목표수익률을 6.9%로 결정했다.

1년 만에 목표수익률을 무려 0.4%포인트나 상향 조정한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연금재정팀장은 "향후 5년간 실질경제 성장률(연 4.5%)과 소비자물가 상승률(2.6%)을 감안한 경상경제 성장률(7.1%)보다도 0.2%포인트 높게 수익률 목표치를 잡았다"며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가능한 목표치"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 5년간 55조원 더 매입

이를 가능하게 할 방법은 주식 및 대체 투자의 확대다.

국내 주식투자는 4월 말 현재 199조6000억원의 12.5%(24조8000억원)에 불과하지만 이를 매년 11조원씩 늘려 2012년엔 최소 79조8000억원(20%) 이상까지 늘릴 계획이다.

해외 주식의 경우 2조원,1.0%에 불과한 비중을 2012년에는 39조8000억원 이상,10%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연금의 주식투자 수익률은 지난해엔 5.49%로 다소 저조했지만 최근 3년 평균은 22.26%였다.

부동산이나 사모펀드,임대형 민자사업(BTL) 등에 대한 대체투자액도 현재 1.6%(3조3000억원) 수준에서 5∼6%(20조원)로 늘릴 계획이다.

정부는 대체투자는 아직 투자액수와 수익률이 낮지만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선 우려…시장은 환영

일부에서는 기금이 채권시장뿐 아니라 주식시장에 대한 지배력이 커지는 데 대한 우려도 내놓고 있다.

지금도 연금이 채권투자를 통해 시장금리를 교란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주식투자까지 급증하면 웬만한 기업은 연금의 지배 아래 들어가 '연기금 사회주의'가 실현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목표대로라면 연금의 증시 비중은 5년 안에 현재(2.9%)보다 배 가까운 수준(4.5%)에 달하게 된다.

그러나 일단 시장은 환영하는 모습이다.

장기 운용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증시의 장기 상승도 밑받침해 줄 것이란 기대에서다.

김준년 한국운용 주식운용팀장은 "국내 주식시장 수요의 든든한 축이 형성됐다"며 "코스피지수 2000 돌파도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