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사실상 막을 올렸다.

5명의 대선후보 모두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정책대결을 벌인 '정책비전대회'(경제분야)가 광주 5·18 기념문화관에서 열렸다.

경제분야를 다룬 이날 토론회의 화두는 단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이었다.

이 전 시장은 자신의 최우선 정책공약인 만큼 적극적으로 홍보전을 폈고,박근혜 전 대표 등 나머지 4명의 후보는 약속이라도 한 듯 한 목소리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이 전 시장의 최대 라이벌인 박 전 대표는 대운하 구상의 경제성 등을 문제삼으며 집요하게 쟁점화를 시도했고,뒤늦게 경선전에 뛰어든 홍준표 의원과 고진화 의원도 '대 이명박 전선'에 우군으로 가담하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첫 정책토론회에서 한반도 대운하 구상이 최대 쟁점으로 확고히 부상함에 따라 향후 경선 기간 내내 이를 둘러싼 후보 간 공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 대운하 공방

한반도 대운하 구상은 한반도의 물길을 하나로 연결함으로써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운하를 따라 첨단산업단지,관광·문화·유통단지 등을 개발해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공약이다.

첫 포문을 연 고 의원은 후보자 상호토론과 지정토론에 할애된 시간 전부를 대운하 구상을 공격하는 데 썼다.

그는 "식수원 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불러올 수 있는 대운하 구상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이 전 시장은 결단력 있다고 자랑하는 분이니 나라를 절단내는 결단 대신에 다른 결단을 내리라"고 비난했다.

홍 의원은 아예 이 전 시장을 상대로 일문일답식으로 질문공세를 폈다.

그는 "세계 어느나라를 가더라도 취수원이 있는 곳에 운하를 만들지는 않는다"며 "예를 들어 낙동강 물금취수장 부근에서 선박오염사고가 생길 경우 부산시민들은 몇 달 동안 생수를 사먹어야 하는 곤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강과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매년 수천억원의 돈을 들이고 있는 마당인데 운하 건설은 수질오염을 가속화시키는 환경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며 "운하를 만들면 흐르는 물을 가둬놓게 되는데 어떻게 수질이 개선된다는 건지 이 전 시장의 주장을 도통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21세기에 운하를 파서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특히 3000만명이 식수원으로 쓰고 있는 한강과 낙동강에 기름유출사고가 난다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을 다니면서 수질 조사를 해봤는데 5대강 중에서 가장 썩어 있었다.

부산 시민들이 먹는 낙동강도 수질이 점점 나빠지고 있어 합천 댐 물을 끌어쓰는 방안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임시방편적인 대책에서 벗어나 수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책으로 검토할 수 있는 계획이 바로 운하건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소양강에는 1년에 한 번 물이 들어오고 팔당호는 매일 유입되지만 소양강 물이 더 맑다.

물은 오염된 게 들어와서 썩는 것이지 가둔다고 오염되는 게 아니다"면서 "한강과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는 데 2015년까지 20조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가게 돼 있는데 운하를 건설하면 그만큼을 아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