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저는 경기도 시흥시 은행동 은행초등학교 정문 바로 앞에 가게를 얻어놓은 안경헌(50)이라고 합니다.

잉크회사에서 20여년 근무하다 퇴직하고 현재 잉크 총판 대리점을 하고 있지요. 생활비는 잉크 판매업으로 꾸려가고 있어요.

개인 사업자로 등록하고 정식 영업에 나서려고 하니까 조그만 사무실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시흥시 은행동에 실평수 10평 정도 되는 가게를 하나 얻었습니다.

기존에 분식집 하던 곳을 권리금 없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0만원 조건으로 임차한 겁니다.

막상 가게를 얻고 보니까 사무 공간으로 쓰기에는 너무 넓은 거예요. 특수 잉크 판매업은 공장에 가서 물건 받아다가 필요한 인쇄소에 갖다주면 되니까 별도 물류 창고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사무실 없이 집에서 일을 처리하다보면 굉장히 불편한 게 많거든요. 사업자 등록 때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사무실 공간을 일부 쓰면서 나머지 공간에서 다른 부업을 하나 했으면 해요.

사실 가게 자리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은 저도 짐작하지요. 권리금 없는 것만 봐도 그래요. 그런데 제 입장에서는 비싼 가게를 얻을 이유가 없었거든요. 사무실 용도가 우선이니까요. 그렇다고 놀리기는 아깝고 하니 부업으로 뭔가 하고 싶거든요. 가게 입지에 맞는 업종은 무엇인지 조언을 부탁합니다.

< 컨설팅에 참여한 전문가 >

◆최재희 연합컨설팅 대표
◆박민구 맛깔컨설팅 수석컨설턴트
◆이현승 한국실행창업센터 대표
◆기영환 중기청 자영업지원팀장
◆강창동 한경 유통전문기자


상권과 입지는

이 가게가 있는 곳은 이른바 '학교환경정화구역'에 속합니다.

바로 앞에 은행초등학교가 있고 은행중·고등학교가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학교가 많아 분식집이나 문구점,학원이 몰려 있지만 입지가 좋은 편은 아닙니다.

고객층이 한정적이어서 업종 선택이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초등학교 정문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차량 통행이 어려운 후미진 곳이란 점도 업종 선택의 폭을 좁히는 요인입니다.

은행동 상권은 반경 500m 이내에 2만2000여명이 몰려 살고 있을 정도로 인구밀도가 높고 전체 가구의 77%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아파트단지형 상권이지요.

주민 연령대를 보면 30대와 40대 중반 이하 인구가 40%를 넘어 자녀들도 초등학생들이 많습니다.

이에 따라 보습학원과 입시학원,예체능학원 등 사교육 학원이 70개가 넘습니다.

초·중·고를 포함한 공교육기관 6개에 600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입니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소비의 중심을 이루는 상권이지요.

이런 상권일수록 사치형 소비보다는 실리형 소비,원거리 쇼핑보다는 근거리 소비가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이런 곳에서는 교육사업이나 생활밀착형 소매업 및 서비스업,중저가의 가족단위 외식업,30·40대 가정주부를 위한 교습업 등이 강세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지요.

실제로 인테리어점,식품 소매점,철물점 등이 많이 눈에 띄고 학원,서점,문구·팬시점도 많습니다.

치킨 등 배달 관련 외식업과 제과점,죽전문점을 비롯해 가정주부들이 선호하는 보쌈,칼국수전문점도 장사가 잘되는 편입니다.


이 가게의 문제점은

학교 정문앞 입지 업종선택에 제약

문) 이 가게의 단점은 무엇입니까.

답) 우선 창업 희망자의 입지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습니다.

기존에 하시는 특수잉크 총판업이라는 사업이 입지 조건에 좌우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임대료가 저렴한 매장을 확보하다보니 여기서 겸업할 수 있는 업종에 제약이 따르는 것입니다.

물론 비슷한 구매 특성을 갖는 문구나 인쇄 관련 판매업 및 서비스업을 묶어서 점포를 운영할 수 있지만,주변 경쟁 상황을 고려해보면 만만치 않은 실정입니다.

게다가 1차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초등학생들에게 매출을 의존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입니다.

다수의 학원이 몰려 있어서 찾아가는 영업력을 발휘한다면 사정은 다르지만 당장 매출을 올리기는 힘들 겁니다.

한 가게에서 두 가지 업종을 하려면 네이밍 전략이나 내부 인테리어 컨셉트,홍보 전략,디스플레이 등에도 적지 않은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고객이 혼란스럽지 않게 쉽고도 이미지 연상이 명료한 간판 설치와 매출 기여도를 고려,주 상품과 보조 상품을 구분하고 이에 맞는 매장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아이템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미 해당 소비층을 겨냥한 다수의 매장들이 선점해 있는 데다 입지 조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해 가격 경쟁력이나 차별화된 서비스가 없다면 승산이 없습니다.

학교 주변은 떡볶이 등 간식을 취급하는 분식점이 잘되는 편이나 이 가게처럼 정문 바로 앞에 있을 경우 불리합니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배웅하고 학부모들이 진을 치고 있는 정문 앞에서 어린이들이 군것질을 하기란 부담스럽기 때문이죠.

은행중학교와 고등학교 정문은 가게 입지와 전혀 상관이 없는 곳에 있어 중·고등학생들이 가게 앞을 지날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건물의 오른쪽은 차량 통행을 금지시킨 후 유동인구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초등학생을 상대로 하는 업종은 영업시간이 너무 짧아 매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할 만한 업종은

학부모 대상 아동복ㆍ꽃집도 무난

문) 겸업으로 할 만한 게 없겠습니까.

답) 다행스러운 것은 임대료가 월 3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점포 운영에는 커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아직 점포 운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초기 시설투자 비용이 많은 아이템보다는 1~2년 정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전문화된 상품이나 서비스 관련 업종이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권과 입지를 고려,몇 가지 아이템을 제안합니다.

우선 실구매자인 초등학생과 일부 중·고생을 위한 저가형 먹을거리나 문구 관련 판매업 그리고 기존 사업과 어울릴 수 있는 서비스업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학교와 매우 근접 거리에 있기 때문에 위생에 대한 학교당국과 학부모의 관심도 무시할 수 없으므로 김밥류를 중심으로 열 가지 이내 메뉴에 한정한 전문분식점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등하교길이나 쉬는 시간에 간단히 간식 개념으로 소비가 가능한 토스트,조각피자,부위별 치킨을 포함한 미니 패스트푸드 형태의 매장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음식점은 추가 인력을 운용해야 하고 기존 잉크 총판업과 연관성이 적다는 점에서 추가 수입을 올리는 데 드는 노력이 만만치 않다는 게 단점입니다.

자녀를 데리러 오는 학부모에게도 관심을 돌려볼 만합니다.

아이보다는 엄마가 직접 구매하는 아동복 전문점이나 꽃집도 검토 대상입니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가사대행업,즉 청소대행업이나 욕실리폼업,생활용품 전문점도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유동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저가 전략보다는 마진율이 높은 중고가 전략이 유효할 것입니다.

가장 안정적인 것은 역시 문구나 사무 관련 아이템입니다.

주변에 통큰딱따구리,드림문구,잉크충전방 등이 여러 개 있어 정면으로 경쟁하기보다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이 바람직합니다.

복사,제본,PC출력,명함제작,팩스,인터넷,스캐닝,인화서비스 등 여러 가지 서비스가 가능한 사무편의점으로 자리매김한다면 승산이 있습니다.

학교 정문 앞의 점포임을 감안해 과제물,학습 교재,문구류를 함께 취급하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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