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가 또 파업을 한다고요."

지난해 무려 12차례의 '정치성 파업'을 일삼았던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또다시 정치파업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울산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차에 납품하는 한 중소업체 사장은 "성과금을 더 달라고 사장까지 폭행하며 파업을 벌인 것이 엊그제인데 또 파업을 하면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대차 노조는 29일 금속노조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저지를 위해 다음 달 25일부터 예고한 총파업 투쟁에 부분파업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시민들은 "현대차는 한·미 FTA 체결로 미국 시장에 대한 무관세 효과 등 상당한 이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되는데,왜 노조가 이를 반대한다고 앞장서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반문했다.

그동안 현대차 노조 파업은 회사 측은 물론 울산지역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

1987년 현대차 노조 출범 이후 1994년 한 해만 빼고 20년째 벌여온 줄파업 때문에 지역경제는 곳곳이 상처투성이다.

현대차도 104만7677대의 생산 차질과 10조5402억원의 매출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올 들어 현대차는 극심한 환율 하락과 원자재 가격 상승,악성 파업에 반발해 불매운동까지 서슴지 않는 국민적 정서 등으로 어느 해보다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노조는 마이동풍식으로 어김없이 파업을 선언했다.

올해 초 금속노조 현대차 초대 지부장에 취임한 이상욱 지부장은 취임 직후 "무분별한 정치파업을 자제하고,임단협 때도 이유없이 시간을 질질 끌지 않고 굵고 짧게 협상을 마무리짓겠다"고 밝혀 시민들의 갈채를 받기도 했다.

이후 울산에서 관행처럼 되풀이됐던 춘투가 사라져 시민들의 노사 상생 기대는 한층 커져가는 상황이었다.

현대차의 파업 소식은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됐다.

아무쪼록 올해로 노조 설립 20년째를 맞는 현대차 이상욱 지부장이 취임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화끈하게 노사 상생을 실천하는 지부장으로 기록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