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선ㆍ자동차 운반선 등 고부가 선종으로 다각화 성공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은 부가가치는 높지만 '규모의 경제'를 중시하는 대형 조선업체에는 매력적인 사업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중소형 조선업체가 뛰어들기에는 상당한 품질과 기술력을 요하는 분야이기도 했다.

30여년간 수리조선사업으로 기술력을 쌓아온 현대미포조선은 1990년대 말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이 틈새시장을 회사의 성장동력으로 삼고 역량을 집중했다.

이 전략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고 현대미포조선은 현재 세계 PC선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의 PC선은 세계적인 해운선사들은 물론 노르웨이, 영국, 미국, 이탈리아 등 세계 주요 선급협회로부터 그 기술력을 검증받았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이중 선체 선박으로 탱크 용적과 운항 경제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품 경쟁력으로 현대미포조선은 1999년 1척을 시작으로 2001년 15척, 2003년 26척, 2006년 40척 등 매년 PC선 건조량을 늘려가고 있다.

올해 인도할 43척을 합치면 1999년 이후 모두 194척의 PC선을 인도하게 되는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미포조선의 PC선이 세계 1위를 차지한 건 수년간에 걸친 연구·개발(R&D)과 끊임없는 개선 작업을 통해 국제 법규와 각국 정부 법규에 적합한 환경 친화적이고 경제적인 선형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C선 사업이 안정기에 들어서자 현대미포조선은 2003년 컨테이너선 시장에 진출, 선종 다각화에 나섰다.

공격적인 투자로 2005년에는 중형 컨테이너선 부문에서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변화와 혁신에 대한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중국 등 후발 조선소의 추격으로 주력 선종인 PC선과 컨테이너선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해운시장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사업 영역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오랫동안 준비하던 중형 LPG 운반선과 오픈해치 벌크선 시장에 진출했고 올해에는 중형 자동차 운반선을 20여척 수주해 고부가 선종으로의 다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호조세로 올 들어 벌써 51척을 29억여달러에 수주, 연간 수주목표의 81%를 달성했다.

5월 현재 수주 잔량이 230여척, 100억달러로 3년치가 넘는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해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경영 실적은 이 같은 회사의 빠른 성장세를 그대로 보여준다.

△2005년 매출액 1조9000억원, 순이익 1283억원 △지난해 매출액 2조3000억원, 순이익 2400억원 등 매출액과 순이익이 각각 연평균 30%,50%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6척 늘어난 66척의 선박을 건조함으로써 2조7000억원의 매출을 달성,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대미포조선이 수리조선소에서 세계 4위의 조선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 회사 특유의 '선행 경영 방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래를 예측해 사전에 준비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철학으로 경영을 해온 것. 현재 회사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고 있는 송재병 사장은 선행 경영과 함께 △철저한 수익성 위주의 '실속 경영' △중요 의사 결정시 토론과 대화로 합의를 도출하는 '열린 경영'을 접목시켜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송 사장은 올해 경영방침을 '성장과 발전''화합과 협력'으로 정하고 신선형 개발과 영업다변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