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기술유출의 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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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가 증가할 때 경찰 수를 늘리면 간단히 해결될까. 미국에서 실제로 그렇게 해보니 범죄자 검거가 늘긴 했지만 이들을 수용할 시설이 모자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결국 형량을 낮추어 범죄자들을 내보내다 보니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이전보다 낮아져 범죄는 오히려 더 늘어나고 말았다는 얘기가 있다.
또 마약조직을 대거 검거하면 마약 유통은 당연히 줄어들까. 막상 유통이 줄어들자 마약가격은 치솟았고,그로 인해 밀수가 다시 늘어 유통은 되레 증가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마약가격이 치솟는 만큼 마약 구입 범죄가 늘어났고,또 다시 검거에 나서는 악순환이 생겼다는 보고도 있다.
단선적·일차적 인과관계만 생각해 대응하다 보면 반작용이 일어나 허사가 되거나 상황이 오히려 악화되는가 하면,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희생이 초래되기도 한다.
최근 들어 기술유출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실제 유출이 이루어졌을 때를 가정해 발표되는 피해액수는 거의 국가경제를 흔들어 놓을 정도다. 그리고 그 때마다 보안,처벌,감시,정부의 역할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산업스파이는 심각한 문제이고,따라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문제는 이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다.
누구 말대로 보안투자를 크게 늘리면 다 해결될까. 보안투자도 정도가 있지 다다익선(多多益善)은 결코 아니다. 일정 수준을 넘으면 본말이 전도되고,기술개발 자체의 경제성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검찰 주장대로 처벌을 엄청 높이면 어찌될까. 처벌이 강화되면 위험수당은 더 높아지고,산업스파이들이 느끼는 유혹은 더욱 커질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국정원 요구대로 감청 등 감시에 필요한 모든 권한을 그들에게 주면 간단히 해결될까.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한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하면 기술유출은 차치하고 연구개발 자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혹자는 정부가 핵심기술을 보호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일부 국회의원들까지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경우 외국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외국과의 합작투자 등을 정부가 심사하라고 목청을 높인다. 당장은 그럴 듯해도 이로 인해 기업활동이 위축되거나,외국인투자 유치는 물론이고 우리 기업들의 해외기술 접근,해외에서의 인수합병,합작투자 등에서 미처 예상치 못한 부작용,반작용들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보았는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보안,처벌,감시,정부 역할 강화 요구는 또 하나의 포퓰리즘적 대응이다. 기술유출에도 공급과 수요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연구자의 신분 불안,낮은 보상 등을 상대적으로 외면하고 있거나,이공계 인력정책의 실패를 애써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또,경쟁상황에 따라 개발해야 할 기술,지켜야 할 기술, 파는 게 좋을 기술 등 기술의 포트폴리오 전략도 동태적으로 변해야 함에도,기술경영의 후진성으로 인해 기술유출의 암시장이 커지고 있는 건 아닌가.
기술유출의 배후에 있는 '구조'를 정확히 알고 대응하지 못하면 기술유출 사건은 며칠 뒤에 또,아니 앞으로도 계속 터질 게 분명하다.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또 마약조직을 대거 검거하면 마약 유통은 당연히 줄어들까. 막상 유통이 줄어들자 마약가격은 치솟았고,그로 인해 밀수가 다시 늘어 유통은 되레 증가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마약가격이 치솟는 만큼 마약 구입 범죄가 늘어났고,또 다시 검거에 나서는 악순환이 생겼다는 보고도 있다.
단선적·일차적 인과관계만 생각해 대응하다 보면 반작용이 일어나 허사가 되거나 상황이 오히려 악화되는가 하면,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희생이 초래되기도 한다.
최근 들어 기술유출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실제 유출이 이루어졌을 때를 가정해 발표되는 피해액수는 거의 국가경제를 흔들어 놓을 정도다. 그리고 그 때마다 보안,처벌,감시,정부의 역할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산업스파이는 심각한 문제이고,따라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문제는 이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다.
누구 말대로 보안투자를 크게 늘리면 다 해결될까. 보안투자도 정도가 있지 다다익선(多多益善)은 결코 아니다. 일정 수준을 넘으면 본말이 전도되고,기술개발 자체의 경제성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검찰 주장대로 처벌을 엄청 높이면 어찌될까. 처벌이 강화되면 위험수당은 더 높아지고,산업스파이들이 느끼는 유혹은 더욱 커질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국정원 요구대로 감청 등 감시에 필요한 모든 권한을 그들에게 주면 간단히 해결될까.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한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하면 기술유출은 차치하고 연구개발 자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혹자는 정부가 핵심기술을 보호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일부 국회의원들까지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경우 외국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외국과의 합작투자 등을 정부가 심사하라고 목청을 높인다. 당장은 그럴 듯해도 이로 인해 기업활동이 위축되거나,외국인투자 유치는 물론이고 우리 기업들의 해외기술 접근,해외에서의 인수합병,합작투자 등에서 미처 예상치 못한 부작용,반작용들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보았는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보안,처벌,감시,정부 역할 강화 요구는 또 하나의 포퓰리즘적 대응이다. 기술유출에도 공급과 수요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연구자의 신분 불안,낮은 보상 등을 상대적으로 외면하고 있거나,이공계 인력정책의 실패를 애써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또,경쟁상황에 따라 개발해야 할 기술,지켜야 할 기술, 파는 게 좋을 기술 등 기술의 포트폴리오 전략도 동태적으로 변해야 함에도,기술경영의 후진성으로 인해 기술유출의 암시장이 커지고 있는 건 아닌가.
기술유출의 배후에 있는 '구조'를 정확히 알고 대응하지 못하면 기술유출 사건은 며칠 뒤에 또,아니 앞으로도 계속 터질 게 분명하다.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