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술(IT)산업의 본산 실리콘밸리가 최근 한 커플이 바하마의 한 섬에서 올린 비밀 결혼 소식으로 떠들썩하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33)과 결혼한 앤 워지스키(33)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혈연관계를 분석해주는 바이오벤처 '23앤드미'의 창업자다.

뉴욕타임스는 29일 워지스키를 "동화처럼 갑작스럽게 행운을 잡았다"며 집중 조명했다. 워지스키는 재산 140억달러의 세계 최고 '부자 독신남'인 브린을 남편으로 맞아들여 많은 여성들의 부러움을 얻었다.

여기에다 브린이 최근 23앤드미의 투자자로 나서면서 경사가 겹쳤다. 브린이 창업한 구글은 지난주 "사람들이 자신의 유전 정보를 알 수 있도록 390만달러를 23앤드미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워지스키의 회사는 구글 외에도 다양한 업체의 관심을 받으면서 총 1000만달러의 투자금을 모았다. 그 중 260만달러는 남편 브린이 개인적으로 빌려줬다.

워지스키가 공동 창업한 23앤드미는 개인의 유전 정보를 통해 다른 사람과의 혈연 관계를 분석해 주는 회사다.

주간지 포천은 이 새로운 비즈니스가 세계 3위의 갑부 워런 버핏과의 관계로도 유명세를 탔다고 밝혔다. 버핏과 성이 같은 가수 지미 버핏 간 혈연 관계가 없음을 유전자 분석으로 알아낸 것이 23앤드미다. 버핏이 이끄는 벅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에서 지미 버핏이 노래를 부르는 등 둘은 오래 전부터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친인척 관계가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었다.

올초 두 핏줄 간 연관성을 분석하겠다는 워지스키의 편지를 받았을 때만 해도 버핏은 브린과 워지스키의 관계를 전혀 알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브린 부부의 결혼식은 버핏의 벅셔 해서웨이 연례 총회가 열린 지난 5일 치러졌다.

워지스키는 스탠퍼드대학 물리학과장과 고등학교 언론학 교사 사이의 세 딸 중 막내로 태어났다. 예일대에서 생물학을 전공,건강관리산업 분석가로 일하다 구글의 마운틴뷰 본사에서 불과 1km도 안 되는 곳에 23앤드미를 차렸다. 워지스키가 신랑 브린을 만난 것도 '핏줄'의 도움이었다. 구글 부사장을 맡고 있는 언니 수전이 브린을 소개해 준 것. 수전은 구글의 창업 초기 브린과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에게 사무실용 창고를 세놓았던 인물이다.

브린은 워지스키의 에너지와 소탈한 성격에 끌린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 벤처투자회사인 뉴엔터프라이즈의 관계자는 브린이 워지스키의 과학 토론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워지스키는 매우 똑똑하면서도 다정하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