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개미군단'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30일 국내 증시는 중국 증시 급락과 프로그램 매물이라는 악재를 딛고 사흘연속 사상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프로그램 매물은 4366억원어치나 쏟아졌으나 개인이 이를 거뜬히 소화해 내며 지수를 플러스로 돌려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증시의 상승 탄력이 둔화되면서 조정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한·중 증시 모두 단기 급등에 따른 불안감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여서 추가적으로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질 경우 부담이 될 것으로 지적했다.


◆늘어나는 프로그램 매물

이날 유가증권시장에는 436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물이 흘러나왔다.

선물과 연계된 차익거래가 3290억원,비차익거래는 1070억원이었다.

프로그램 매매에서는 지난 22일 이후 6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1조8200억원의 매물이 쏟아졌다.

외국인의 선물 매도에 의해 시장베이시스가 악화되면서 매수차익거래 청산과 매도차익거래 기회가 발생한 때문이다.

매도차익거래는 저평가된 선물을 사고 고평가된 현물을 파는 것을 말한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백워데이션이 빈번해지면서 매도 차익이 발생할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6월14일 트리플위칭데이(선물·옵션·개별주식옵션 만기일) 후 코스피200 종목 교체가 예정돼 있어 인덱스펀드의 경우 종목 교체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한 매도차익거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오전장에는 중국 증시 급락으로 지수가 23.77포인트 하락하기도 했다.

중국이 증권거래세를 3배 인상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개인의 순매수 덕에 반등에 성공하며 0.92포인트 오른 1662.72에 마감했지만 외국인의 선물 순매도 지속과 현물 관망세가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다.

◆조정 진입 가능성 커진다

중국 증시 조정과 프로그램 매물이 최근 12주 연속 상승으로 숨이 목 끝까지 찬 국내 증시에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경수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거래세 인상은 심리적인 위축을 가져와 중국 증시의 과열 분위기를 진정시켜 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세율 인상에도 증시 과열이 지속될 경우 강도 높은 추가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있어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이 경우 한·중 증시의 상관관계가 높아진 상황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파트장도 "최근 들어 시세 탄력이 많이 떨어진 데다 매도차익 매물도 우려돼 단기적으로 쉬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심 연구위원은 "과거 매도차익 잔액이 최대 2조4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백워데이션 상태가 이어질 경우 1조2000억원 정도 추가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인덱스펀드 규모가 커져 매도차익거래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하지만 이날 23.77포인트 급락을 상승으로 돌려놓은 시장의 흐름에 동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개인이 대규모로 사들이는 등 수급 상황은 여전히 견조하다"며 "중국 증시를 주목할 필요는 있지만 장중 변동성에 너무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