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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은행 "체면 구길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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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이 20~40%짜리 고금리 대출시장에 진출하라고요? 언론에서 때리지 않을까요."

    금융감독당국이 최근 시중은행에 은행과 정상적인 거래가 어려운 저(低)신용계층을 상대로 고금리 소액 신용대출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하자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안그래도 돈을 많이 번다고 은행을 보는 시선이 따가운데 서민을 상대로 고리(高利) 장사를 한다고 해봐요.

    여론이 들끓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고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하려고 했지만 그 때마다 비난 여론이 워낙 거세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 시중은행 또는 그 자회사인 캐피털 할부금융사들이 저신용층을 위한 고금리 대출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는 것은 '평판 리스크(reputation risk)'때문이다.

    국내은행들이 서민금융에서 손을 떼버리자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금융 소외계층(10등급 중 7~10등급)은 어쩔수 없이 사채업자나 대부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이 330만명에 이르고 이들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최고 연 66%로 빌린 돈만 18조원에 이른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국내은행이 체면만 중시하는 동안 외국계 자본이 대부시장을 석권했다.

    일본계 대부업체 한 곳은 지난해 1000억원 가까운 이익을 냈다.

    씨티은행 계열의 씨티그룹캐피털은 저신용층을 상대로 최고 연 39.9%의 고금리 대출을 한다.

    2005년 당기순이익은 174억원이었으나 지난해 311억원으로 두배 늘어났다.

    물론 "서민을 상대로 돈장사를 한다"고 비난할 수 있지만 저신용층에겐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2002년 8월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은 "고금리 대출수요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은행들이 여론을 의식해 시장을 외면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은행들이 고금리 대출시장에 진출하면 고리사채로 인한 폐혜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금융 소외계층의 편익을 제고할 것"이라던 김 전 행장도 결국에는 여론에 항복했다.

    더 이상 체면 구길 것만 걱정할 게 아니라 서민금융을 살리는 쪽으로 은행장들이 나서야 할 때다.

    장진모 경제부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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