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성 명예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현대그룹 창업자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과의 인연과 추억도 소개했다.

그는 1987년 삼성전자 회장으로 영입될 당시 이병철 회장의 비서로부터 '제왕학' 등 경영 관련 서적 7권을 건네받았다.

속독가였던 김 명예회장은 1주일 만에 7권의 책을 독파했다.

그러자 이 회장이 한 달간 하루에 한 권꼴로 책을 보내왔다.

보내준 책을 너무 빨리 읽자 이 회장은 어느날 김 명예회장을 불러 넌지시 '돌발퀴즈'를 냈다.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파악해 보기 위해서였다.

김 명예회장은 책의 일부 구절을 외우며 설명하자,이 회장은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그는 이 회장에 대해 "저와 점심 약속 때도 꼭 대학 교수를 함께 초대합니다. 강의를 듣기 위해서입니다. 꼼짝없이 공부하면서 밥 먹는 거예요. 그 정도로 경제와 경영에 모든 것을 쏟은 분이셨죠"라고 회고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의 추억도 생생하다.

김 명예회장은 정 명예회장을 근검절약의 대명사로 꼽았다.

"골프를 칠 때마다 뒤축이 다 해어진 신발을 신고 나왔죠.주위에서 신발 좀 바꾸라고 한마디씩 거들어도,막무가내였죠.그 신발은 건설,자동차,조선 등 현장을 돌아다니느라 그렇게 망가진 겁니다."

김 명예회장은 정 명예회장과의 마지막 내기골프도 회한으로 남아있다. 2001년 3월초 정회장과 내기골프를 했는데 1000원을 잃었던 것. 다음에 다시 경기를 하자고 했는데 결국 그게 마지막 라운드였다.

사돈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의 인연은 말이 필요없다.

김 명예회장은 대우에도 몸담은 적이 있다.

"한번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장단 회의를 했어요. 새벽 2시에 끝났죠.그런데 헤어질 때 하시는 말씀이,5시에 또 보자는 겁니다. 저녁 5시가 아니라,새벽 5시였죠.제가 입을 딱 벌렸습니다."

하지만 김 명예회장은 김우중 회장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끝내 안타까움을 삭이지 못했다.

"요즘도 가끔 뵙죠.조금 있으면 김우중 회장이 귀국한 지 2년째가 되는데,빨리 재평가를 받아야 됩니다. 그 분의 세계경영은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