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대출시 최초 일정 기간은 원금 상환을 미루고 이자만 내는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메스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12일 '가계대출 제도 및 관행 개선협의회'를 열어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들과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의 위험 현황 및 관리 방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성이 제기된 것은 대출자들이 상환에 몰릴 경우 자칫 소비위축과 함께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올라가는 등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장기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의 88.9%가 거치기간을 설정하고 있다. 거치기간은 2년 초과,3년 이내의 비중이 57.5%로 가장 높았다.

한은 관계자는 "투기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거치식 대출을 받아 초기 이자만 내다가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팔거나 다른 은행에서 대환대출을 받아 원금을 상환하고 있다"며 "거치 기간을 없애면 부동산 투기를 막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3월부터 투기 및 수도권 투기과열지역의 아파트 담보대출 때 거치기간이 없는 장기원리금 균등분할 상환에 대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5%포인트가량 우대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DTI 우대 혜택에도 불구하고 거치식 대출 쏠림현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점진적으로 거치기간을 없애거나 단축 운용토록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금융권은 거치식 대출 통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자의 자율적인 자금상환 계획을 무시하고 거치식 대출을 통제하면 결국 '현재 현금 능력이 없으면 집을 사지 말라'고 강압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거치기간에 대한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