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증시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재료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도 M&A 이슈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시장에 매물로 나올 예정인 대기업의 주가가 최근 들썩거리기 시작했고,M&A 재료가 있는 업종 대표주들의 주가도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도 본격적인 M&A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매머드급 매물 주가 상승

31일 대우조선해양 대우인터내셔대한통운 등 구조조정을 거쳐 시장에 나올 예정인 회사들의 주가가 다른 호재와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며 급등세를 보였다.

대우조선은 조선주 가운데 가장 높은 8.28% 오른 4만5750원에 거래를 마치며 신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본격적인 실적 개선에 M&A 재료가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정관리 기업인 대한통운도 10만원을 돌파하며 드디어 황제주에 등극했다.

하반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매각에 금호산업 STX 등 현재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뿐 아니라 CJ 등 다수의 대기업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이날 약보합에 거래를 마치긴 했지만 장중 7만5000원을 기록,신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실적 개선과 M&A에 따른 가치가 서서히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종별로도 M&A 열기가 뜨겁다.

최근 조선주와 함께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철강주가 대표적이다.

대표주인 포스코현대제철은 이날도 나란히 신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철강주의 강세를 세계 철강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M&A 광풍의 여파로 보고 있다.

증권주의 최근 강세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둔 M&A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전날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이 "대형 증권사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밝히면서 증권업계 M&A의 흐름이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현대상선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증권은 전날 상한가에 이어 이날도 장중 상한가를 기록하는 강세를 보였다.

서보익 한누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주는 실적 개선과 함께 M&A 이슈가 가시화되면서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도 M&A 이슈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에 돌입했다"며 "1990년 초 미국 증시처럼 향후 M&A가 증시를 밀어올리는 하나의 테마를 형성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닥시장도 M&A 열풍

코스닥시장에서도 M&A 관련주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현대증권이 도움과 공동으로 인수키로 한 엠비즈네트웍스는 이날 거래 시작과 함께 상한가로 뛰었다.

미국 교포 기업가에게 경영권이 넘어간 두림티앤씨는 이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이달 초 5130원이던 주가가 1만2700원까지 뛰었다.

계룡건설이 M&A 의사를 밝힌 쌍용건설도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최근 코스닥지수를 740대까지 밀어올린 것도 M&A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기업 주가는 M&A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실제 올 들어 코스닥 상장사의 최대주주 변경은 총 172건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 121건과 비교하면 42%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최대주주 변경이 강력한 호재로 작용하자 경영권 프리미엄이 치솟아 오히려 거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용준·김형호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