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보여준 성공은 단기 업적주의에 급급한 경영이 아니라 장기 전략을 갖고 투자하는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모범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30일 포스코의 파이넥스 공장 준공식에서 축사의 마지막에 한 말이다.

노 대통령은 이어 열린 오찬에서 "오너 있는 기업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고 오너가 없는 기업은 단기적인 이익에 치중한다고 하는데 무엇이 좋은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원고에도 없는 말로 포스코를 칭찬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포스코는 지배구조도 좋은 데다 장기적인 안목도 갖고 있다"며 칭찬을 이어갔다.

포스코를 '오너가 없고 지분 분산이 잘돼 지배구조가 가장 우수한 기업'으로 꼽고 무려 15년간 5541억원의 연구 자금을 투입해 세계 철강사에 획을 긋는 신기술을 개발한 점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들렸다.

노 대통령은 "주주들도 지나치게 배당에만 집착하지 말고 기업의 장기적인 투자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주주들이 눈앞의 이익만 생각해 포스코처럼 긴 안목으로 투자하려는 기업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의 이례적인 칭찬에 이구택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경영진들은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였다.

대통령의 언급을 기자에게 들려 준 한 임원도 대화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포스코 경영진은 대통령의 칭찬에 기분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찜찜함을 털어내지 못하는 표정이다.

역설적이게도 대통령이 높이 평가하고 있는 지배구조 때문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지분 구조가 취약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됐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주가가 많이 올라갔고 우호 지분 및 자사주 매입 확대 등 다양한 방어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적대적 M&A 가능성을 벗어나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이 포스코 경영진의 불안이다.

포스코는 국가 기간산업 보호를 위한 '한국판 엑슨-플로리오 법안' 통과에 희망을 걸고 있는 상태이지만 정부는 법안 도입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포스코의 지배구조를 모범적인 사례로 칭찬했으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송대섭 산업부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