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커렉션(running correction).' 조정 없는 초강세장을 일컫는 말이다.

요즘 한국 증시를 보면 이 표현이 딱 들어맞을 것 같다.

종전에는 아무리 강한 상승장에서도 조정이 일어나면서 얼마간 쉬었다 다시 오르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것조차 통하지 않고 있다.

조정이 일어나더라도 하루 중 반짝 조정으로 끝난다.

오전장에서 하락으로 출발하더라도 곧바로 강한 대기 매수세가 유입되며 장 마감에는 지수를 플러스로 돌려놓는다.

그야말로 달리면서 조정받는 장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초 증시 강세 배경으로 △글로벌 동반 강세 △경기 회복 기대감 △기타 자산 대비 주식의 상대적인 저가 매력 등을 들었지만 지금은 시장이 워낙 빠르게 움직이는 탓에 기존 분석 틀은 궁색한 처지가 돼버릴 정도다. 증권사들은 코스피지수가 이미 올초에 제시했던 연중 목표가를 넘어서자 새로운 목표치로 2000선을 앞다퉈 제시하고 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시장을 움직이는 최대 요인은 수급"이라며 "주식을 팔려는 세력이 없다"고 말했다. 연초 1400선이던 코스피지수가 5월 초 1600선까지 올라올 때만 해도 최대 요인은 펀더멘털과 글로벌 동반강세 영향이었지만 지수가 불과 한 달도 안 돼 100포인트 이상 추가 상승한 것은 수급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최근 증시 수급 현황을 보면 과거 어느 때보다 탄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연초에는 기관이 밀려드는 개인들의 환매로 주식을 파는 사이 기업들의 자사주가 최대 매수세력으로 시장을 받쳐주더니,최근 들어선 펀드 환매로 자금을 확보한 개인들이 직접투자로 대거 뛰어들면서 수급을 주도하고 있다.

CMA(종합자산관리계좌)16조원,고객예탁금 12조원 등 28조원의 대기자금도 양호한 수급상태를 받쳐주고 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우량주 물량이 갈수록 잠기는 것도 지수 초강세의 또다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최근 시세를 주도하고 있는 철강 조선업종 등 대형 블루칩과 우량 중형주들은 기관과 외국인이 유통물량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면서 실제 유통 가능한 주식 수가 전체의 10% 안팎으로 줄어든 상태다.

이 연구위원은 "유통 물량이 극소수에 불과하니 조그만 매수세에도 주가는 급등하기 십상"이라며 "현대중공업과 신세계와 같은 무거운 주식들이 하루에 7∼8%씩 급등하는 것은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석중 굿모닝신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장기적으로 봐도 증시로의 자산 재분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한 느낌"이라며 "앞으로 우리 증시는 수급의 논리만 갖고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수가 예상외로 강하게 움직이자 목표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이미 국내 증권사들의 올 코스피지수 평균 목표치는 2000선에 육박한 상태다.

현대증권의 경우 목표지수를 최고 1980선까지 끌어올렸고,굿모닝신한증권도 기존 1720에서 1900으로 10.5% 상향 조정했다.

김지완 현대증권 산업분석부장은 "국내 증시에 근원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2005년에 경험한 18년간의 박스권 돌파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지 모르는 변화를 올해 안에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외국계 증권사들도 목표지수 상향 조정에 동참하고 있다.

장영우 UBS증권 한국지점 대표는 "현재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2.5배로 1990년 이후 역사적 평균 PER인 13.4배나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 PER인 16배보다 낮다"며 "주당순이익(EPS) 성장률도 가장 높아 증시 재평가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UBS의 경우 올해 코스피지수 목표치를 1850으로 잡았다.

물론 일각에서는 최근 초강세장에서도 여전히 조정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조익재 CJ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증시의 최대 리스크는 중국 증시에 대한 과열 논란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국내증시는 리스크 관리와 추가 수익 추구에 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