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수입차 가격 거품 20% 뺀다"... 직접 수입해 유통마진 대폭 줄여
국내 최대 규모의 수입차 딜러인 SK네트웍스가 벤츠 BMW 렉서스 아우디 등 고급 수입차 브랜드를 한국법인(임포터)을 거치지 않고 해외에서 직접 들여와 판매하는 병행수입(그레이 임포트·gray import)에 나선다.

지난 4월27일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이 "수입업체들이 같은 자동차를 일본의 2배 가격에 판매하고 높은 정비 수수료를 물리는 건 문제"라며 "잘못된 관행을 바꿔 나가겠다"고 말한 데 따른 실행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병행수입의 경우 임포터 마진 등이 제거돼 최대 20%가량 차량값을 떨어뜨릴수 있는 만큼 국내 수입차시장의 가격 거품이 크게 빠지는 등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SK네트웍스와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벤츠 BMW 렉서스 아우디 등 고급 수입차를 독자적으로 수입해 이르면 하반기부터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이를 위해 사내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미국 독일 일본 등을 돌며 거래선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를 대상으로 병행수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수입차 가격을 내리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로 이 같은 병행수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기존 병행수입자들의 판매가격이 정식수입 판매가보다 10~20%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우리도 이 정도 수준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K네트웍스는 고급 수입차를 병행수입하더라도 현재 정식 딜러로 판매하고 있는 볼보 인피니티 크라이슬러 푸조 재규어 랜드로버 등 8개 브랜드의 경우 거품이 거의 없는 만큼 현행대로 딜러십을 유지하며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이와관련,"SK네트웍스는 경기 분당과 서울 서초 등에 병행수입한 3~4개 수입차 브랜드를 동시에 판매하는 복잡매장 마련을 추진 중"이라며 "병행수입이 실현될 경우 차값을 크게 내릴수 있기 때문에 수입차 시장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기존 중소 규모의 병행수입업체와 수입차 한국법인들의 반발도 거셀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송승철 한국수입차협회장은 "그레이 임포터를 통해 수입된 차는 AS(애프터 서비스)나 보증 등에서 문제가 많다"면서 "대기업 계열사인 SK네트웍스가 그레이 임포터를 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수입차 판매가격은 해외 자동차메이커의 한국법인인 임포터들이 결정하며 딜러들은 임포터들이 정한 차값에 15% 안팎의 수수료를 붙여 판매를 대행해주고 있다.

병행수입이 이뤄지면 임포터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유통구조가 단순해져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SK네트웍스발 가격파괴'가 수입차 거품 붕괴의 신호탄이 될수도 있다는 얘기다.

공식수입업체를 통하지 않고 국내에 판매되는 수입차 규모는 △2004년 3580대(공식 수입업체 판매량의 15.3%) △2005년 4534대(14.7%) △2006년 7118대(17.6%) 등으로 점증하고 있다.

이건호·오상헌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