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을 앓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체들이 조직개편을 통한 전열정비에 발끝을 세우고 있다.

주요 사업부의 최고경영진이 교체되면서‘좋은 제품을 만들어무조건 팔자’는 전략에서‘철저히 소비자와 시장이 원하는 것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팔자’는 전략으로 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

올해 초 최지성 사장이 사령탑을 맡은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최 사장이 가장 강조하는 분야는 공급망관리(SCM)다. 취임 후 SCM팀을 확대 개편했고,매주 수요일 100 여명의 임원들이 모두 모여 SCM 회의를 열고 있다.

단순히 재고,물류 관리를 통해 원가를 줄이자는 게 아니다. 개발,생산,마케팅,영업 등 모든 경영활동을 수요 예측에서 시작,고객가치 창출과 원가절감의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취지다.

정보통신총괄은 또 소비자의 욕구를 철저히 조사,분석하기 위해 마켓 센싱 그룹(market sensing group)을 신설했다. 디지털 미디어 총괄에서 최 사장과 함께 일했던 데이빗 스틸 마케팅 상무를이 조직의 장으로 영입했다. 소비자의 욕구를 빠르게 제품으로 연결시키는 게 이 그룹의 역할이다.

또 개발 인력을 마케팅부서에 배치하고 제조와 마케팅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는 등 부서 간 벽을 허물어 시장에 기민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액센추어의 지영주 부사장을 마케팅 전무로 영입하는 등 외부인재 수혈에도 과감히 나섰다.

정보통신총괄 관계자는“노키아와 같은 선진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CEO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남용 부회장이 이끄는 LG전자도 고객 중심으로의 조직개편이 한창이다. 1일자로 수익성이 악화된 디스플레이 사업본부를 기능별 조직에서 LCD TV사업부,PDP TV사업부,모니터 사업부,PDP모듈사업부 등 제품별 조직으로 재편했다.

특히 본부장 직속의 상품기획팀과 R&D 조직인 DDC연구소를 각 사업부 산하로 이관해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경영 활동 전반에 반영하기로 했다.

앞서 LG전자는 고객이 미처 깨닫지 못한 욕구를 제품에 반영하기 위해‘인사이트 마케팅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LCD패널 가격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LG필립스LCD는 지난해 기획,생산,영업,마케팅 등 기능별로 나눠져 던 조직을 IT(노트북,모니터) 사업부,TV 사업부,중소형(모바일 기기) 사업부등 고객분류별로 개편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