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와 마케팅 전략(?)' 경영학 개념들이 모두 '외래품'임을 익히 아는 우리에게 생소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말이다.

하지만 '조선의 거상 경영을 말하다'(한정주 지음,비즈페이퍼)는 이런 개념들의 '한국적인 내용'이 어떤지 한번쯤 관심을 가져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조선 중기부터 식민지 시대까지 대표적인 거상들의 생각과 활동을 최근의 경영 화두들과 접목해 보려는 노력의 결과다.

조선 상인의 상도(商道)가 곧 현대적인 나눔경영과 한 맥인 것처럼 그들이 실천한 가치들을 요즘 개념틀로 바꿔 살릴 것은 살려나가자는 의미다.

평양의 착한 여성부자 백선행은 조선 말에 이미 '미래경영'을 실천한 선각자였고,홍삼 제조기술을 개발한 개성상인 최문은 100여년 앞서 블루오션을 개척한 경영자였다.

이 밖에 익히 알려진 조선 최고의 상인 임옥상과 경주 최부자 등 40여 가지 사례가 고객경영,위기전략 등 6가지 경영화두로 나뉘어 소개되고 있다.

'조선 지식인의 독서노트' 등 인문잡학분야 저서를 통해 보여준 저자의 정리술이 여기서도 돋보인다.

다만 많은 인물을 집대성한 백과사전식 체제를 보완할 수 있도록 전체를 아우르는 총론이라든지 '더 읽을거리' 같은 것이 아쉽다.

272쪽,1만3800원.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