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놓은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덫'에 걸려 북핵 협상이 올스톱되면서 2·13합의가 전략적 실패였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BDA 해결과 북핵시설 폐쇄를 연동시킨 2·13합의를 중도 폐기시킬 정도는 아니지만 6자회담국 간 합의 기반에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북핵 협상에 대해 "일을 망쳤다(Screwed it up)"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이 통신은 부시 대통령이 핵시설 폐쇄 약속을 지키지 않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서도 불신을 보였다며 미국이 전략실패를 인정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앞뒤 맥락을 봐야 진의를 알 수 있다.

일본이 의도적으로 흘린 뉴스가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하면서도 초조한 기색을 나타냈다.

정부의 한 외교안보라인 당국자는 "2·13합의 때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BDA 돈을 돌려달라'는 김계관 북한 부상의 말을 액면 그대로 해석한 게 실수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3월19일 BDA예금 인출을 허용하고 문제가 해결됐다고 선언했으나,북한은 이체를 해달라며 두 달 넘게 버티는 중이다.

BDA 북한 예금주 중 하나인 대동신용은행 측 관계자는 지난 3월 기자에게 "자유로운 국제 금융 거래가 보장돼야 한다.

미국이 BDA에 대한 제재를 풀어야 이체가 된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이 은행은 지금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힐 차관보는 지난달 30~31일 중국을 방문,"BDA에 대한 제재를 풀도록 BDA 경영진을 바꿔 명분을 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북한 돈 무죄,BDA 유죄'라는 미 재무부 선고에 대해 항의 중이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협조할 뜻이 없어 보인다.

더 지나면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를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