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축소.포장용기 정리.출판 감축...지주사 전환에 대응

'구조조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계와 중공업을 앞세워 호황가도를 질주하고 있는 두산그룹이 소비재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두산이 상사BG(비즈니스 그룹)의 사업부를 대폭 축소하고 테크팩BG의 사업을 대거 정리하기 시작한 것.또 출판BG,의류BG 등의 사업부에 대해선 인력감축을 실시하고 분사기업인 SRS코리아(버거킹,KFC 등) 매각도 검토키로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향후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1995년부터 추진해온 그룹 구조조정과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주회사 전환비용 최소화

3일 두산에 따르면 ㈜두산은 지난달 주력 사업부문인 상사BG를 대폭 축소하고 R&D센터의 바이오사업부문을 통폐합해 글로넷BU로 재편했다.

이 과정에서 부장급 이상의 간부에 대해선 3개월치 위로금을 지급했으며 나머지 인력들은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 등 계열사에 전환배치했다.

두산은 또 SRS 등으로 분사한 버거킹,KFC 등의 패스트푸드 사업 매각도 재추진키로 했다.

이 사업은 과거 매각을 추진한 적이 있었으나 매수 주체가 없어 무산됐었다.

이와 함께 수익성이 저조한 주류BG,출판BG 등의 인력 및 사업조정에 착수했으며 테크팩BG의 공장 일부도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선 두산그룹이 형제의 난 이후 어수선했던 그룹경영체제가 안정을 되찾음에 따라 ㈜두산을 중심으로 막바지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은 적자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인력 구조를 최적화함으로써 향후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비용을 효과적으로 절감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구조조정 10년 대장정 끝난다


두산그룹의 10여년에 걸친 구조조정의 대장정은 1995년 말 그룹 100주년을 앞두고 시작됐다.

두산은 소비재 기업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자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다.

두산은 맥킨지 컨설팅의 도움을 받아 소비재 기업에서 산업재 중심기업으로 전환한다는 큰 틀을 정했다.

두산은 우선 29개 계열사를 23개로 축소하고 보유 부동산 및 다른 회사 지분을 과감히 매각하는 데 나섰다.

1996년 우량기업이지만 경영권이 없었던 3M 코닥 네슬레 등의 지분을 매각했고 OB맥주 영등포공장 부지도 처분했다.

1997년 말에는 주력기업이었던 음료사업을 코카콜라에 양도하는 등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했다.

1998년 2월에는 을지로 사옥도 넘겼다.

일련의 구조조정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을 즈음 예기치 못했던 외환위기에 직면하게 된 두산은 구조조정의 강도를 한층 더 높였다.

1998년 4월 23개 계열사를 ㈜두산,두산산업개발,두산포장,오리콤 등 주력 4개사로 대통합하는 2단계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현금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씨그램에서 9000만달러,벨기에 인터브루서 2억7000만달러 등 총 3억600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

2001년에는 그룹의 상징이었던 OB맥주 지분(45%)까지도 정리하며 '새로운 두산 건설'에 매달렸다.

'두산=OB맥주'라는 공식에서 과감히 탈피한 것.

이렇게 조달된 자금은 모두 18억달러.두산은 이 돈으로 그룹의 재무상황을 개선하고 미래의 성장엔진이 될 기업들을 사들였다.

옛 한국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 등이었다.

두산은 지난해 말에도 '종가집 김치'를 매각하며 구조조정이 일회성이 아님을 재차 확인시켰다.

송대섭·장창민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