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율 인상 등 잇따른 한국은행의 통화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시중유동성은 거침없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과잉 유동성'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주택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데다 '쏠림'현상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급히 해소해야 하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게 한은의 고민이다.

유동성 문제를 풀기 위해선 한은이 콜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경기나 환율문제 등과 맞물려 선뜻 선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4월에도 유동성 11.8% 증가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중 광의유동성(L)동향'에 따르면 4월에도 시중유동성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8%(12조7000억원)나 급증했다.

비록 광의유동성이 4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던 전달(12.3%)에 비해선 증가속도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여전히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이며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특히 4월에 유동성 증가 속도가 다소나마 둔화된 것이 부가세 납부 등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라 과잉유동성에 대한 우려를 덜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나 기업의 채권 발행 등을 통해 공급되는 유동성은 전달(20.2%)에 이어 4월에도 22.6%(9조2000억원)나 급증하며 2개월 연속 20%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

증시가 호조를 보이면서 주식시장의 예수금도 새로운 유동성 공급원으로 부상했다.

4월 중 증권금융 예수금은 2조6000억원이나 증가하면서 전체 유동성 증가분의 5분의 1을 차지했다.

이는 전달의 6000억원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광의통화(M2,현금통화+결제성예금+2년 미만 금융상품)는 전달(11.9%)보다 다소 둔화된 10.6%의 증가율을 보였다.


◆금리인상은 하반기쯤에

이처럼 유동성 증가세가 잡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오는 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의 콜금리 인상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한은이 콜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긴 힘들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금리인상에 나설 만큼 경기회복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환율로 인해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오히려 금리차를 이용해 수익을 얻기 위한 외화자금 유입이 가속화돼 환율을 더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경기회복세가 좀 더 뚜렷해지는 하반기쯤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증가율의 상승세 지속으로 금리인상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달 금통위에서 경기회복 자신감과 통화증가율에 대한 우려가 강화된 후 첫 번째 금리인상은 8~9월께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