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가좌역의 선로침하 사고가 있기 직전 승객을 300여명 태운 여객열차가 통과된 사실이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혹시나' 하는 안전불감증이 대형 참사를 불러일으킬뻔한 아찔한 사건이다.

이 보도에 따르면 4일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철도공사, 지하철역 총괄 시공사 쌍룡건설 등이 밝히길 이번 선로 유실 사고는 3일 오후 5시 14분 선로의 바로 옆 지하철 공사장의 옹벽이 무너지며 흙이 쓸려 들어가면서 일어났으며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사고가 일어나기 40여분 전인 4시 30분께에 옹벽의 붕괴 조짐을 발견, 공사장 인부와 장비를 모두 대피시켰다고 한다.

공사와 시공사측은 "미리 대피시키는 등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썼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없었다"고 강조하였지만 사고가 일어나기 겨우 16분 전인 오후 4시 58분에 서울-문산행 2023호, 문산-서울행 2026호 5량짜리 통근열차(구 비둘기호)가 사고지점을 교차해 지나간 사실이 확인됐다.

열차가 조금만 늦게 지나갔다면 땅이 50m가량 꺼지고 철로 45m가 엿가락처럼 늘어진 사고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대형참사로 이어질 게 뻔했다.

통근열차에는 보통 해당시간에 한 량에 30명씩 탄다는 철도공사의 설명으로 미뤄볼 때 사고 직전에 교차 통과한 두 열차에는 모두 300여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오후 5시 11분 직전역인 수색역을 떠난 가좌역으로 향하던 용산-목포행 무궁화호 1061호 열차가 사고 2분 전에야 급정거한 사실도 확인됐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법령에 따라 시공사에서 고용한 안전감시요원이 24시간 공사장을 감시하고 돌발상황을 연락하도록 돼 있다"며 "감시요원이 4시 30분께 `서행해야 한다'는 보고를 해 그에 따랐고 그러던 중에 공사장 상황이 악화했다는 사실을 보고 받은 역장이 사고 직전에 튀어나와 오던 열차를 정지시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하 공사장 옹벽과 선로의 거리가 좀 있고 선로 지반은 원래 단단하게 다져져 있기 때문에 선로가 유실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며 "하늘이 도왔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른체 붕괴지점의 철로를 지나간 승객들은 뒤늦게 이런 사고소식을 알고 얼마나 놀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을까.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