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顯眞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최근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경고음이 잇달아 제기되는 가운데 지구온난화가 국제정치적 의제(議題)로 급부상하고 있다.

6일부터 개최되는 G8정상회담에서는 지구온난화를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며,이에 앞서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거대 배출국 간 협의를 제기했다.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이유로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했던 부시 대통령의 이와 같은 제안에 대해 국제적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정치적 꼼수라는 곱지 않은 시선과 미국 온실가스 정책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물론 이제까지도 지구온난화 문제를 둘러싼 국제정치적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앞세우며 지구온난화라는 '불편한 진실(inconvenient truth)'을 애써 외면해 왔다.

그 결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 합의인 교토의정서는 미국 중국 인도 등 주요 배출국이 다 빠진 반의 반쪽짜리 협약에 머물게 됐다.

하지만 향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행보는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지구온난화의 정치가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와중에서도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합의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으며,온실가스 감축 시장은 이미 거대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이 인류의 재앙을 막기 위한 절체절명(絶體絶命)의 과제로 부상할 경우 에너지 경제와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에는 어떤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인가.

첫째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각국 정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확대시키는 방안을 논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며,기존의 화석연료를 깨끗한 연료로 탈바꿈시키는 '청정석탄' 등의 기술개발이 급속히 확대될 것이다.

둘째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될 경우 가장 무거운 짐을 지게 될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에도 기존의 상식을 깨는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이미 유럽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권이 일종의 원자재(原資材)로 등장하면서 기업에 새로운 비용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은 자체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거나 배출권 시장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입하거나 또는 청정개발체제(CDM)사업 등을 통해 배출권을 획득하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2006년 유럽의 배출권 시장은 2005년 대비 2.5배 성장한 350억달러 규모에 이르렀다.

향후 미국 중국 등이 온실가스 감축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될 경우 배출권 시장 규모는 현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거대 규모로 확대될 것이 자명하다.

이제 우리 정부와 기업은 더 이상 지켜보기 식의 대응에서 벗어나 빠르게 변화할 지구온난화의 정치와 관련 시장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먼저 정부는 수송(輸送)과 발전(發電) 부문의 에너지원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고 또한 에너지 효율을 어떤 방식으로 제고할 것인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의 부존자원과 현실을 고려해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도입 확대에 대한 정책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또한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조기 대응에 대한 명확한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경영환경의 변화를 직시하고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도요타는 이미 1990년대 초반에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환경배려'에 있다고 판단하여 하이브리드차를 개발한 결과 기업경쟁력과 이미지 제고(提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온실가스 감축은 에너지와 환경 산업은 물론 자동차,금융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신사업 기회를 창출해 낼 것이다.

이 변화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기업에 온실가스 감축은 비용이 아닌 막대한 이윤으로 돌아올 것이다.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