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지난 3일 영동고속도로에서 여주IC를 빠져나와 여주읍 방향(37번 국도)으로 500~600m 정도 가다 보니 원룸촌 건설현장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1일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연 여주 명품아울렛 (운영사 신세계첼시) 입구의 바로 길 건너편.모두 180여개 원룸주택이 만들어지는 10개동(棟) 중 7개동은 이미 입주가 이뤄졌거나 완공된 상태였다.

인근 동아부동산의 권순경 대표는 "여주대 학생 등을 겨냥한 이들 원룸은 최근 신세계첼시에서 100~200여명의 외지인 수요가 생기면서 완공된 원룸 물량은 대부분 동이 났다"고 전했다.


#장면2

여주 중심부인 여주터미널사거리에서 남한강 쪽으로 방향을 틀어 여주대교를 건넌 뒤 왼쪽으로 차로 2~3분만 달려가면 아파트 공사현장 3곳이 연이어 나온다.

한때 200여개 도자기 업체로 북적거리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고 아파트 현장으로 바뀐 오학지구다.

이미 1100여가구의 아파트 건설을 위한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성일건설과 대우자판 건설부문은 최근 분양에 들어갔으며 신도종합건설은 오는 8월께 분양을 시작할 예정이다.


수도권 최대 낙후지역으로 꼽히는 경기도 여주군 경제가 꿈틀거리고 있다.

수도권 규제에다 한강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이중 규제에 묶여 최근 10년 이상 인구 10만명대를 벗어나지 못하던 여주가 신세계첼시 유치라는 재료를 모멘텀으로 부동산과 채용 시장은 이미 탄력을 받았다.

명품아울렛을 통해서만 연간 400만~600만여명의 쇼핑 관광객을 끌어들일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이다.

변화가 가장 활발한 곳은 부동산 시장이었다.

여주군의 주택 보급률은 120%.인구가 10여년간 고정된 상황에서 주택이 간간히 공급되면서 2만5000여 가구에 3만여 채에 달한다는 게 여주군청의 분석이다.

수치로만 따진다면 최악의 분양 여건이지만 여주군에서는 올해 2000여가구의 아파트가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아파트 분양이 이뤄지는 것은 여주군 사상 처음이라고 현지 부동산업계는 전했다.

분양률도 나쁘지 않다.

올초 여주 명품아울렛 근처에서 225가구 분양에 들어간 정광건설은 분양률이 80%에 이르고 있다.

대형 아파트인 49,54평형 200가구를 지난 4월부터 분양하고 있는 성일건설도 분양률이 60%를 넘어섰다.

특히 분양가격이 500만원대 초반으로 지난달 분양에 들어간 대우자판 등에 비해 20% 이상 싼 정광건설의 일부 로열층 아파트는 500만원 내외의 분양권 프리미엄까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대호 정광건설 차장은 "여주군 아파트 분양 사상 프리미엄이 붙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병윤 성일건설 소장은 "아파트 수요자의 절반가량은 서울 분당 등에 거주하는 외지인"이라며 "명품 아울렛에다 성남.여주 간 복선전철,제2영동고속도로 등 굵직한 교통 관련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투자가치가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땅값은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

명품아울렛이 들어선 여주읍 상거리 일대는 도로 옆 관리지역(건폐율 40%까지 가능)의 경우 2~3년 전에 비해 서너 배 비싼 1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땅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주IC 근처에 있는 부동산랜드 여주점의 김영철 사장은 "올해부터 외지인 소유 토지 양도소득세가 차익의 66%로 높아지면서 거래가 끊겼다"고 말했다.

명품아울렛은 여주 채용시장에도 숨통을 터주었다.

지난달 명품아울렛에 입점하는 120개 명품브랜드 업체들이 여주와 인근에 거주하는 20대 초반~30대 초반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채용행사를 벌였다.

여주군청 기획감사실의 김수연씨는 "이때 500명 채용에 2000여명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며 "신세계첼시에서 수시로 추가 채용에 나설 것으로 보여 여주지역 청년층 구직난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다 오는 11월 신세계 할인점 이마트가 문을 열면서 추가로 400여명의 인원을 채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래시장 등 기존 상권의 움직임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여주군은 명품아울렛과 여주시내를 연결,재래시장과 신륵사 세종대왕릉 등 관광지 상권을 살리기 위해 5개 신규 시내버스 노선을 확보하고 셔틀버스 4대도 운행할 계획이다.

/여주(경기도)=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