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춘퐁 싱가포르 국립대 총장 >

'국제화'에 세계 주요 대학들이 몰입하면서 인재 양성의 방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래에는 '문화 민감성'이 '인재'와 '비인재'를 구분하는 조건이 될 것"으로 주장하는 시춘퐁 싱가포르국립대 총장을 최근 이 학교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교육협회에서 만나 다양한 문화권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울 방법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시 총장과의 일문일답.

-인재의 조건으로 '문화 민감성'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지식이 초단위로 생산되는 시대가 됐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도 점차 빨라지는 추세다.

하지만 사회 문화적으로는 그다지 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진화가 이뤄졌더라도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속도가 더디다.

우리가 깨야 하는 것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화 정체성이다.

문화 정체성을 글로벌화해야 세계 어느 나라에서 일해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국립대에서는 문화 민감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싱가포르는 중국어와 영어가 혼용되는 국가지만 대학에서는 100% 영어만 사용한다.

토론이나 기숙사 생활에서도 이 원칙은 똑같이 적용된다.

기숙사나 대학원에서도 다양한 문화권의 학생들을 섞기 위해 노력한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영어가 전혀 사용되지 않는 국가들도 싱가포르국립대처럼 100% 영어강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100%일 필요는 없다.

자칫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

하지만 영어강의의 비중을 확대해 유학생들이 강의를 듣거나 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국제교류가 늘어나고 대학도 발전할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국립대학 법인화 문제로 논란이 뜨겁다.

최근 법인화를 단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듣고 싶다.

△2006년 1월 국립대 법인화 조치 이후 의사결정을 국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내릴 수 있게 돼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법인화의 조건으로 국립대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줄이면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그럴 경우 자칫 국립대학이 본분을 벗어난 수익사업에만 골몰할 가능성이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정부의 교육개방 정책에 따라 MIT(매사추세스 공대),인시아드(INSEAD),존스홉킨스대 등의 명문대학이 싱가포르 내에 분교를 설치하고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 입장에서는 인재확보가 더 어려워졌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국가 내의 인재로만 국한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가 '교육 허브'가 돼 해외에서 뛰어난 유학생들이 많이 들어오면 오히려 입학생의 수준이 더 높아진다.

싱가포르국립대는 경쟁을 환영한다.

강한 경쟁자와 같이 있어야 학내 구성원들이 자극을 받을 수 있고 발전의 속도도 빨라진다.

싱가포르=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