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과 무용은 '신에 대한 경배'라는 한 배(腹)에서 태어났다.

따라서 연극과 무용의 만남은 새로운 시도가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유럽 최고의 안무가로 불리는 스페인 출신 나초 두아토(Nacho Duato·50가 연극과 무용을 결합시킨 작품 '날개'를 6~8일 스페인 국립무용단과 함께 서울 LG아트홀 무대에 올린다.

'날개'는 그가 직접 무용을 하면서 대사도 읊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다.

2002년에 이어 한국을 두번째 방문한 그는 4일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무대에서 나는 몸으로 춤을 추면서 말도 한다"며 연극과 무용의 경계를 허문 이번 공연을 설명했다.

'날개'는 독일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를 무대화한 것으로 도시 안의 인간을 지켜보던 천사가 한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천사의 '직분'을 포기하는 여정을 담았다.

나초 두아토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인류의 보편적인 사랑,고독,죽음을 극에서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날개'가 주목받는 것은 유럽 무용계의 거장인 나초 두아토와 연극계를 대표하는 슬로베니아 출신의 연출가 토머스 판두르(Tomaz Pandur)가 같이 작품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나초 두아토는 이번 작업에 대해 "연출과 안무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 있어 작품을 만드는데 혼선은 없었다"고 전했다.

나초 두아토는 1990년 33세에 스페인 국립 무용단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후 전통 클래식만을 고집하던 무용단을 진정한 현대 무용단으로 탈바꿈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스페인의 독특한 정서와 발레 전통에 기반한 작품을 선보여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나초 두아토는 2004년에 한국에서 '멀티플리시티'라는 작품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내한 직전 부상으로 공연을 취소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공연 내내 직접 출연할 예정이라 한국 팬들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안무가와 무용수의 역할을 함께 하는 것에 대해 "춤을 추지만,춤을 추는 것이 아니다"는 역설적인 표현을 썼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추지만 동시에 다른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보는 '관찰자'의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안무와 무용을 동시에 오랫동안 하다보니 이젠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것 같다"며 웃었다.

나초 두아토는 '날개' 공연이 끝나면 12일 고양 아람누리극장에서 공연 시간이 20~30분 정도인 '소품작' 3편을 선보인다.

그는 "11월에 무대에 올릴 새로운 작품을 구상 중"이라며 이 외에도 "세계적인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드와 이리 킬리안과도 함께 작품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