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賢洙 < 코오롱건설 대표이사 hswon@kolon.com >

우리 사회의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경제가 어려웠던 1960년대에는 정부의 출산 억제책이 먹혀 들었지만,이제는 반대로 출산 장려책을 제시하더라도 턱없이 미흡한 지원 내용과 출산 기피 현상이 뿌리 깊어 정부가 나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묘책은 없는 것일까.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여성 인력 활용이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다.

남녀 구분할 것 없이 취직하기 어려운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여성 인력 활용이 구호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남녀 평등의 사회적인 인프라는 미래를 위해서라도 갖춰 나가야 한다.

우리의 여성 인력 활용은 경제 개방화 및 선진화에 맞추어 과거보다 광범위해지고 있으나,부계사회라는 오랜 역사·문화적 전통 때문에 아직도 요원한 것이 사실이다.

가까운 동남아 회사들만 하더라도 남성보다 여성이 더 눈에 띈다.

여성에게 그만큼 문호가 개방돼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여성의 경제활동 비율이 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높게 나타나는 반면,상대적으로 부계 성향이 강해 여성활동이 여의치 않은 한국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는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

이들 부계 성향의 국가들에는 남성 위주의 전통적 인식뿐만 아니라 여성의 경제활동을 보장해주는 육아,보육 지원 시스템이 미흡해 출산 의욕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부계 중심 가족 개념이 내년부터는 뿌리째 달라진다.

새로운 가족법 시행으로 호적제가 폐지되고,자녀들도 아버지 성이 아닌 어머니 성을 따를 수 있게 된다.

새로운 가족법에 대해 '제2의 단발령' 사태라고 할 만큼 논란도 있으나,우리 사회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동인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 그동안 내재되었던 배타적 민족주의,남성 중심의 가부장제,이기적 가족주의 등을 불식시키는 기회로 삼아야겠다.

가족법 개정으로 우리 사회는 많은 부문에서 변화를 요구받을 것이며,부작용 없이 정착된다면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선진 패러다임을 이루는 데 기여할 것이다.

가족법의 핵심은 여성 중시다.

저출산·고령화 해결 열쇠 또한 여성 활용에 있다.

고깃배에 어부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바다에 가지 않고 산에서 물고기를 잡으려는 헛수고는 하지 말아야 한다.

편협한 대결적 차원의 남녀 평등이 아닌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한 남녀 상생의 차원에서 인식해야 할 것이 여성 코드다.

아쉬울 때 불러내는 대타가 아닌 상시 주전으로 활용해야 하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