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개그콘서트가 일을 냈다.

지난 일요일 밤에 방송된 개콘의 '뮤지컬' 코너에서 다룬 현충일 특집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것이다.

불과 10분짜리였지만 전쟁터에서 싸워야 하는 군인들의 모습과 친구를 전쟁터로 보내는 친구의 심정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시청자들은 마지막 자막에서 가슴 뭉쿨한 감동을 느꼈다고 토로한다.

"현충일 그저 쉬는 날,그저 노는 날/일상에 지친 우리에게,학업에 지친 우리에게/쉬는 날 일 수는 있습니다/쉴 수 있게 놀 수 있게 해 준/그 숭고한 영혼들을 적어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프로를 본 네티즌들이 다투어 오늘 현충일에는 꼭 조기를 달겠다고 다짐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해마다 현충일에는 불미스런 일들이 보도되곤 한다.

공직자들이 골프를 쳤다느니,술을 마셨다느니,관공서 국기가 잘못 게양됐다느니 하는 따위의 되풀이 되는 일들이다.

아파트촌의 텅빈 국기도 비판대의 단골손님이다.

현충일의 의미를 전혀 새기지 못하는 탓일 게다.

하지만 올해는 좀 달라질 듯 하다.

개콘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한 방송사의 유골을 찾아주는 생방송이 잊혀져 가는 전물장병에 대한 추모의 정을 되살릴 것으로 보여서다.

즉석에서 DNA검사를 통해 유가족과 유해의 상봉기회도 갖는다고 한다.

그래서 '반세기만의 귀향'이라 했나 보다.

5월 마지막 월요일의 미국 현충일은 우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백발이 성성한 참전용사들이 훈장을 걸고 퍼레이드를 벌이는가 하면,자식 손자들과 함께 알링턴국립묘지와 한국전쟁기념관 등을 찾아 자유의 소중함을 얘기하곤 한다.

미정부는 참전용사들의 경험을 책으로 집대성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며,이들의 소장품을 모아 국회도서관에 영구 소장할 것이라고도 한다.

올해 현충일만은 그저 쉬는 날이 아닌 호국의 영령들을 추모하는 날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조지훈 시인은 "조국의 산하여 용사를 잠재우소서"라는 간절한 소원을 현충일 노랫말에 담았다.

아직도 북녘땅에 내팽겨진 채 돌아오지 못하는 용사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