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에서 차로 4시간을 가면 나타나는 저장성(浙江省) 제2의 도시 닝보.이 도시에서 '으뜸'으로 꼽는 대학은 영국 노팅엄대학의 닝보분교(이하 노팅엄 닝보)다.

모든 수업이 영어로 이뤄지는 데다 영국의 노팅엄 대학과 똑같은 학위를 받을 수 있어 해외 취업이나 외국계 회사 입사를 희망하는 중국의 우등생들이 집중적으로 몰린다.

매년 800명가량을 모집하는 노팅엄 닝보의 경쟁률은 전공에 따라 7대 1에서 10대 1 수준(2006-2007학년)을 보인다.

노팅엄 닝보를 유치하기 위해 제공한 인센티브는 파격적이다.

닝보시는 도심 한가운데 있는 땅 17만8400평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건물을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노팅엄 닝보의 소유권을 노팅엄대학과 나눠갖는 조건으로 저장완리대(浙江萬里大)를 운영하는 사립학교 법인인 완리그룹이 부담했다.

실제 노팅엄대가 투자한 비용은 커리큘럼 개발비용 교수 인건비 등 4000만파운드(739억원)에 불과하다.

금전적인 지원의 대가로 노팅엄 닝보는 학부과정 모집정원의 50%가량을 닝보지역 학생들에게 할당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한국외국어대부속외고가 입학정원의 30%를 용인지역 중학생 중에서 선발하는 조건으로 용인시로부터 학교 건설비용을 지원받은 것과 같은 방식이다.

닝보시 관계자는 "2003년 노팅엄 닝보가 생긴 뒤로 닝보의 우수 학생들이 상하이로 빠져나가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며 "노팅엄 닝보가 대도시와의 교육수준 격차를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한국 기준으로 보면 전형적인 '귀족학교'다.

연간 수업료(학부기준)도 중국 대학 등록금의 4배 수준인 5만위안(607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결코 비싼 학비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유학을 가지 않고도 외국 대학을 다닐 수 있다는 이점이 더 크다는 것.학부 1학년생인 리페이청씨(20)는 "학비가 비싸긴 하지만 영국 노팅엄 대학이 책정하고 있는 유학생 등록금 1만2000파운드(2217만원)와 비교하면 약 4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노팅엄 닝보는 교육비용에 걸맞은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일단 교수들을 전원 외국인으로 고용하고 있다.

영국 노팅엄 대학에서 온 교수가 20~30명 선.미국 호주 등의 대학에서 온 교수까지 합하면 100명 선에 달한다.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4인1실)을 한다.

학교 내에는 학생들을 위해 커피숍 은행 등 각종 상업시설이 입점돼 있다.

노팅엄 대학 입장에서도 닝보행은 남는 장사다.

본교에서 파견된 앤드루 코빙 부총장은 "영국 노팅엄 대학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중국에 분교를 세워야 할 입장이었다.

처음에는 상하이나 베이징 같은 대도시를 생각했지만 그런 곳은 미국 등 다른 나라 대학들이 선점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는 닝보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교에서 지방 중소도시와 협력하는 중국식 모델을 다른 나라에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을 만큼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닝보=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