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브란트도 처음부터 화가로 태어난 게 아니라 피나는 노력 끝에 거장이 됐지요.

뮤지컬 배우 역시 마찬가집니다."

미국 브로드웨이의 유명 뮤지컬·드라마 제작자인 밀튼 저스티스(51)를 5일 오후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저스티스는 오프브로드웨이(실험적 성격이 강한 극장가)의 최장기 연속 공연작(5년6개월)인 '배너티즈'(vanities)를 제작했을 뿐 아니라 에미상 드라마 부문 최우수 프로듀서상(1986),아카데미 최우수 프로듀서상(1986),골든 글로브 프로듀서상(1996)을 휩쓸었다.

그는 오는 9월 개교 예정인 뮤지컬아카데미에서 뮤지컬 제작 노하우와 연기법 등을 강의하기 위해 지난주 한국에 왔다.

올 3월까지 예일대학에서 연기를 가르쳐온 그는 앞으로 5년간 서울에서 뮤지컬 전문가들을 양성하게 된다.

그는 한국 뮤지컬 배우들의 역량에 대해 "제작자 입장에서 어느 뮤지컬이든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지만 현재 한국의 배우들이 미국 브로드웨이로 갔을 때 배역을 따낼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또 "한국에 오기 전 DVD로 한국 뮤지컬들을 봤는데 TV에서 본 미국 뮤지컬 배우들을 따라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누군가를 흉내내기보다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연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뉴욕에는 연간 1만명의 배우가 쏟아져 들어오는 반면 배역은 1000개에 불과해 제작자들이 재능있는 배우를 선택할 기회가 많다"며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한국 뮤지컬 시장도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뮤지컬 제작 현실과 관련,"미국의 창작 뮤지컬 제작 기간이 2~3년인 반면 한국은 1년 미만"이라면서 "작품이 완성된 뒤에도 지방을 돌며 3~6개월 정도 수정 기간을 거치는데 1년 이상 보완해도 미흡하면 브로드웨이 공연을 포기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경쟁적으로 유치하는 과정에서 라이선스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에 대해서는 "좋은 작품이라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겠지만 무엇보다 '옥석'을 가려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뮤지컬이 과도기에 있지만 지금과 같이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이 유지된다면 질적인 성장도 빨리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