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실질가치 21년만에 최저 … '플라자 합의' 이전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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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 가치가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21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일본은 수출 호황을 구가하고 있지만 교역상대국의 통화 절상 압력도 커지고 있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엔화의 실질실효환율(1973년 3월=100)은 94.9로 1985년 9월 '플라자합의' 당시의 94.8 수준까지 떨어졌다.
엔저로 인한 극심한 무역수지 적자를 참지 못해 미국 등 주요국들이 엔화 가치를 끌어올릴 것을 결의했던 '플라자합의' 때의 수준까지 엔화 가치가 싸진 셈이다.
플라자합의 당시 미국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은 240엔대였다.
지금 환율이 달러당 122엔 전후인 것과 비교하면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는 두 배 정도 높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달러뿐 아니라 유로 등 주요 교역국 통화에 대해 물가 등을 감안한 종합적 가치를 보여주는 실질실효환율로 따지면 엔화 가치는 실제로 크게 떨어졌다.
실질실효환율 기준 엔화 가치가 하락한 가장 큰 원인은 일본의 초저금리 때문이다.
일본은 현재 정책금리가 연 0.5%인 반면 미국은 연 5.25%다.
유럽연합(EU) 정책금리도 연 3.75%로 일본보다 3.25%포인트 높다.
이렇다 보니 일본의 싼 자금이 고금리를 좇아 미국 EU 등으로 이동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성행하고,이것이 엔화 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저물가도 엔저 요인이다. 일본은 1990년대 초 거품경제 붕괴 이후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최근에도 소비자물가는 3개월 연속 하락했다.
물가 하락은 실질실효환율상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중요 요인이다.
엔저로 일본 기업들은 웃고 있지만 교역상대국 기업들은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지난 2월 열린 선진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전후로 유럽 각국에서 과도한 엔저를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최근엔 미국 자동차 업계가 일본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해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도 엔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미국 EU의 엔화 절상 압력으로 일본은행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엔저 시정 요구가 거세질 경우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시기를 8~9월로 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