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용인 상권에 돌풍을 예고했던 신세계백화점 죽전점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개장한 신세계백화점 죽전점은 4월 하순 이후 평일 매출이 7억원으로 개점 당시의 12억원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주말 매출도 12억원 선으로 3월의 21억원에 비해 42%가량 감소,지난달 총 매출은 250억원 선으로 추정된다.

신세계는 5월 초 죽전점의 폐장 시간을 오후 10시로 2시간 연장하는 초강수를 뒀으나 별 효과를 못 보고 있다.

6월부터 8월까지는 여름 비수기여서 실적 회복을 예단하기 힘들다.

연말까지 목표로 정한 매출 3000억원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세계 죽전점의 이 같은 고전과 달리 분당 서현동에 있는 삼성플라자 분당점은 5월 중 평일 평균 매출이 12억원,주말은 18억원으로 선전을 계속하고 있다.

신세계 죽전점보다 매장 면적이 30% 작은 분당 수내동의 롯데백화점 분당점도 5월 중 주중 6억원,주말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죽전점을 앞세워 범(汎) 분당 상권을 장악하겠다던 신세계의 목표가 일단 빗나간 셈이다.

신세계는 죽전점에 구찌 페라가모 센존 등 명품 브랜드를 포함해 1000여개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또 다양한 편집매장을 넣는 등 강남점 수준으로 매장을 꾸몄다.

용인의 죽전과 수지뿐 아니라 분당과 수원 상권을 아우르는 100여만가구의 거점 백화점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에서였다.

하지만 실적은 개점 행사 때만 '반짝'했을 뿐 줄곧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죽전점의 부진 원인으로 주변 상권의 특수성을 꼽는다.

죽전 일대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베드타운으로 30∼40대 주요 고객층의 경제 수준이 서울 강남이나 분당보다 다소 처진다는 분석이다.

죽전점을 찾는 고객은 생계비 중 식료품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상품군 중 식품 부문이 매출 목표치를 초과하고 있다.

인접한 이마트 운영이 잘 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반대로 명품 판매 실적은 목표치의 85% 남짓으로 알려졌다.

분당의 롯데백화점 및 삼성플라자와의 경쟁 심화도 실적 부진 요인으로 꼽힌다.

이들 점포는 각종 할인 행사 등으로 맞불 작전을 펼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삼성플라자도 영업시간 연장을 검토해봤으나 수익성에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접었다.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쇼핑객들은 위(서울)쪽으로는 가도 아래쪽(용인)으로는 잘 가지 않는 속성이 있다"며 "분당 고객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죽전과 수지 고객만으로는 매출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하철 분당선 죽전 역사가 연말께 완공되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개점한 지 3개월이 채 안 된 데다 고가 상품 단골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죽전 역사가 완공되고 하반기 단국대 캠퍼스가 이전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