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日연금사태 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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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코하마에서 우동가게를 하는 우에다 후루타니씨(61)는 최근 사회보험청에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기록을 확인하고 기가 찼다.
1980년부터 1985년까지 5년간 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기록돼 있었기 때문.
1961년 국민연금에 가입한 이후 한 달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 왔던 그다.
창구직원에게 따졌지만 소용이 없었다.
"납부 영수증을 가져오면 구제된다"는 말엔 화가 치밀어 올랐다.
'20여년 전 보험료 영수증을 여태까지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는가.'
요즘 일본 국민들은 정부의 연금기록 관리부실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국민연금과 후생연금(직장인 연금)의 과거 납부기록 중 '누가 낸 돈인지' 알 수 없는 게 5000만건에 달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져서다.
사회보험청이 서류로 돼 있던 연금 납부기록을 1980년대 컴퓨터에 입력하면서 이름이나 생년월일을 잘못 올려 주인 없는 보험료로 공중에 떠 버린 게 그 만큼이란 뜻이다.
5000만건의 납부기록이 '공중에 떴다'는 건 그 돈을 납부한 사람들 입장에선 '미납(未納)'처리됐다는 것이고, 나중에 그만큼 연금을 덜 받게 된다는 얘기다.
정부만 믿고 노후를 위해 수십년간 성실히 연금보험료를 내온 사람들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베 내각은 앞으로 1년간 사회보험청의 콜센터를 하루 24시간 운영해 공중에 뜬 보험료의 주인을 찾아주겠다며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들끓는 국민 감정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본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건 정부가 연금기록 오류를 20년 이상 방치했다는 점이다.
이런 배신감은 연금 불신, 정부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연금사태 이후 사상 최저로 떨어져 정권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을 정도다.
일본의 연금 사태를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다음 세대에 재정고갈이 뻔하고,지금도 매일 800억원씩 적자를 내고 있지만 국민연금 개혁법안은 정부 의지 부족이든 정치권 태만이든 간에 아직도 국회 서류함에서 잠자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기 때문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1980년부터 1985년까지 5년간 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기록돼 있었기 때문.
1961년 국민연금에 가입한 이후 한 달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 왔던 그다.
창구직원에게 따졌지만 소용이 없었다.
"납부 영수증을 가져오면 구제된다"는 말엔 화가 치밀어 올랐다.
'20여년 전 보험료 영수증을 여태까지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는가.'
요즘 일본 국민들은 정부의 연금기록 관리부실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국민연금과 후생연금(직장인 연금)의 과거 납부기록 중 '누가 낸 돈인지' 알 수 없는 게 5000만건에 달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져서다.
사회보험청이 서류로 돼 있던 연금 납부기록을 1980년대 컴퓨터에 입력하면서 이름이나 생년월일을 잘못 올려 주인 없는 보험료로 공중에 떠 버린 게 그 만큼이란 뜻이다.
5000만건의 납부기록이 '공중에 떴다'는 건 그 돈을 납부한 사람들 입장에선 '미납(未納)'처리됐다는 것이고, 나중에 그만큼 연금을 덜 받게 된다는 얘기다.
정부만 믿고 노후를 위해 수십년간 성실히 연금보험료를 내온 사람들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베 내각은 앞으로 1년간 사회보험청의 콜센터를 하루 24시간 운영해 공중에 뜬 보험료의 주인을 찾아주겠다며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들끓는 국민 감정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본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건 정부가 연금기록 오류를 20년 이상 방치했다는 점이다.
이런 배신감은 연금 불신, 정부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연금사태 이후 사상 최저로 떨어져 정권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을 정도다.
일본의 연금 사태를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다음 세대에 재정고갈이 뻔하고,지금도 매일 800억원씩 적자를 내고 있지만 국민연금 개혁법안은 정부 의지 부족이든 정치권 태만이든 간에 아직도 국회 서류함에서 잠자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기 때문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