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이 개장한 지 22년이 지났다.

가락시장은 1985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54만3451㎡ 규모 부지에 48개동의 건물로 들어섰다.

530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도 마련됐다.

이 시장을 개설한 것은 농수산물을 원활하게 유통함으로써 적정한 가격을 유지,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안겨주자는 취지에서였다.

물가안정이란 부수적인 효과도 겨냥했음은 물론이다.

서울특별시는 1982년 4월 초부터 1985년 2월 말까지 3년 가까이 모두 933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시장 건설공사를 마쳤다.

시장개설 주체인 서울시는 농수산물공사를 별도로 설립,시장의 관리를 맡기고 있다.

가락시장은 생산자와 소비자,그리고 이 둘을 맺어주는 중간 유통상들이 만나는 거래의 터전이다.

거래는 체계적인 흐름을 따라 매일매일 이뤄진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생산·출하자나 이들을 대리하는 산지 유통인이 도매시장 법인에 상장한다.

법인 소속의 경매사들은 전자경매 방식으로 농·수·축산물을 경매에 부친다.

경매에는 가락시장 안에서 활동하는 중도매인과 외부 소속의 매매참가인이 참여,원하는 상품을 한 푼이라도 싸게 사려는 경쟁이 벌어진다.

경매사가 낙찰가를 정하고 경매 절차가 끝나면 상품 소유권은 경매에 참가한 중도매인이나 매매참가인에게 넘어간다.

이 물건이 소매상을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건네지는 것이다.

◆가락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

가락시장을 움직이는 유통 주체는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도매시장 법인이다.

도매시장 법인을 국내 1차 식품 시장의 큰손이라고 보면 된다.

가락시장에는 모두 10개의 도매법인이 문을 열고 있다.

부문별로는 청과 6개,수산 3개,축산 1개 등이다.

이들 도매법인은 생산자와 출하자로부터 농수산물을 위탁받아 판매를 대행하거나 이를 매수해 판매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이들 도매법인이 물건을 경매에 부치고,대금을 정산하는 실무 역할을 맡는다.

그 대가로 도매법인은 거래액의 4~5%를 수수료로 뗀다.

이 거래액이 연간 3조1000억원에 이른다.

경매에 부칠 수 없는 특수하거나 희귀한 1차 식품은 상장 예외품목으로 정해 중도매인이 직접 사간다.

상장 예외품목의 거래액도 연간 3000억원 정도 된다.

연간 3조4000억원에 달하는 1차 식품 물량이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셈이다.

물량으로는 230만7107t에 달한다.

거래물량을 상품별로 나눠보면 청과물이 210만9988t으로 91.4%를 차지한다.

청과에 관한한 거의 모든 물량이 가락시장으로 집결되는 셈이다.

수산물은 5.4%,축산물은 3.2%로 비교적 비중이 작은 편이다.

이를 금액별로 보면 총 거래금액 3조4202억원 중 청과물이 2조5006억원으로 73.1%로 가장 많고 수산물이 11.5%,축산물이 15.4%를 차지한다.

가락시장의 유통 체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역할을 맡는 사람 중 하나가 중도매인이다.

현재 2000여명의 중도매인이 서울시장의 허가를 받아 시장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도매시장 법인에 상장된 농수산물을 경매에 참여해 매수한 뒤 외부 소매상이나 시장 안 직판상인에게 넘긴다.

경매에서 제외되는 상장예외 품목에 대한 거래 허가를 받아 이를 매수해 판매하는 기능도 한다.

가락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실핏줄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전체 중도매인의 70%가 넘는 1441명이 청과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수산물에는 508명,축산물에는 51명이 활동하고 있다.

매매참가인도 경매에 참가한다.

농수산물공사에 등록을 마친 뒤 활동할 수 있는 매매참가인은 주로 대형마트 바이어나 가공업자,소매업자,수출업자 등이다.

이들은 중도매인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져 가격 산정이나 품질 판단력에서 경쟁력이 뒤처진다.

이 때문에 매매참가인들도 실제로는 중도매인으로부터 물건을 사가는 경우가 많다.

현재 등록된 매매참가인은 모두 204명으로 이 중 청과 쪽에 192명이 활동,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직판상인도 2071명이나 된다.

시장 안에서 소매상을 하는 사람들이다.

서울 시내 여러 곳에서 가락시장으로 집단 이주할 때 옮겨와 시장 안에 점포를 확보하고 일반 소비자에게 물건을 판다.

직판상인은 청과 쪽에 1084명,수산 쪽에 417명,축산 쪽에 170명,기타 400명이 시장 안에 문을 열고 있다.

이 밖에 경매 절차를 진행하는 전문 경매사 209명이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하역노조원 1574명,산지유통인 1915명까지 시장을 터전으로 삼고 있다.

총 1만명에 가까운 종사자들이 가락시장을 무대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소비자까지 합치면 가락시장에는 하루 14만명이 북적대고 4만여대의 차량이 들락거린다.


◆가락시장은 식품 유통의 보루

가락시장은 국민 경제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곳이다.

생산자인 농어민과 도시의 소비자들 사이에 상품 매개역할을 하는 세계 최대 도매시장이다.

우선 국내 농어민들이 생산한 농수산물을 시장에 내다놓으면 이를 다 팔아주는 무한 판매처 역할을 한다.

전국 32곳의 공영 도매시장을 통해 판매되는 총 물량의 36%가 가락시장에서 소화된다.

두 번째는 2000만명이 넘는 서울 수도권 시민들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생필품인 먹거리를 하루도 빠짐없이 공급해주는 젖줄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최병학 서울시농수산물공사 홍보실장은 "서울 수도권 시민들이 먹는 농수산물의 절반을 가락시장이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판매되는 농수산물 기준 가격을 제시하는 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

품목별 품종별 부류별로 농수산물을 판별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전문가들을 보유,상품 가격을 합리적이고 적정한 절차를 거쳐 결정함으로써 기준 가격을 제시하게 된다.

1500여명의 경매사,중도매인,매매참가인 등은 국내 최고 수준의 농수산물 전문가들이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1차 식품을 한꺼번에 살 수 있는 원스톱 쇼핑 장소로 자리매김,동네 슈퍼를 하고 있는 중소 상인들이 물건을 떼는 거래처가 대부분 가락시장에 몰려 있기도 하다.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일반 소비자들의 쇼핑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싸고 싱싱한 농수산물을 골라 살 수 있는 대규모 식품시장은 가락시장이 유일한 까닭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