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사는 인생이죠,뭐.오후 9시 출근해서 오전 4시쯤 퇴근하니까요.

오전에 한숨 자고 낮에 나와서 포장작업을 또 해야죠.이러니 체력이 달려서 쉰살이 넘으면 하고 싶어도 못해요."

가락시장의 2000명 중도매인 중 한 사람인 이중의 삼광농산 대표(47).야채류를 취급하는 1000여명의 중도매인 중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거상(巨商)이다.

8평 남짓한 그의 가게를 거쳐가는 물량이 연간 150억원어치나 된다.

좁은 가게 안에 18명이 근무시간을 나눠 일한다.

부인은 경리 업무 전담이다.

이 대표가 취급하는 농산물은 오이 고추 호박 등 과채류.열매가 달리는 채소류를 일컫는다.

이 농산물들을 포장해 대형마트와 백화점,슈퍼마켓 등에 보낸다.

군납업자를 통해 군대에 들어가기도 한다.

간혹 경동시장 같은 재래시장이나 구리·강서시장 등 공영 도매시장 상인들도 이 대표에게 물건을 사간다.

가락시장 농산물 시세가 이들 시장보다 쌀 경우다.

그는 "대형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다 보니 장단점을 동시에 안고 있다"고 말했다.

장점은 경매에 참여해 좋은 물건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취급 물량이 많아야 품질별로 다양한 유통경로 소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고품질의 상품은 백화점으로,저품질은 식당으로 내보낼 수 있다는 것.

단점도 물론 있다.

대형 유통업체가 할인 행사를 하면 가격이 낮아진 만큼 자금 부담을 중도매인이 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대형 유통업체는 상품이 들어간 뒤 대략 한 달 후 결제하기 때문에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거래를 유지할 수 없다.

"수년 전 여름 장마로 애호박 한 상자가 4000원에서 2만원으로 폭등한 적이 있었어요.

마침 유통업체가 할인행사까지 하고 있어 1억원을 고스란히 손해봤지요."

이 대표가 농산물 유통에 뛰어든 것은 23년 전이다.

군대 갔다와서 용돈벌이라도 하려고 용산 청과시장에서 일한 게 20년 넘도록 야채와 씨름하는 질긴 인연의 첫 걸음이다.

1995년 가락시장에서 법인을 설립,농산물 유통에 승부를 걸었다.

이 대표가 말하는 성공 비결은 신용과 순발력이다.

때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꾸준히 거래해야 상대방이 더 큰 이익을 안겨준다는 논리다.

그는 "상인 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져 신용만으로는 부족하고 순발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거래처에서 요구한 상품이 떨어질 경우 산지 상인들을 수배,응급 처방으로 물건을 공급해줄 수 있어야 진정한 거상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매일 오후 2시간 정도 짬을 내 등산으로 체력을 유지한다는 그는 쉰살이 넘으면 조수(보조 경매참가자)를 경매에 내보내고 자신은 직원 관리에만 전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