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에 대한 규제 논란에 휩싸여 건물을 다 짓고도 개점을 한 달여간 미뤄야 했던 홈플러스 진주점이 지난 5일 문을 열었다.

개점 사흘 전에야 시청으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은 터라 제대로 된 홍보조차 못했음에도 이날 점포 앞 6차선 도로는 개장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쇼핑객들의 차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을 포함해 나흘간 발급된 홈플러스 훼밀리카드는 3만8925장.진주 인구(33만여명) 10명 가운데 1명꼴로 '단골 손님'이 되기 위한 준비를 마친 셈이다.


◆일부 상인들 반발 속 주민들은 "반갑다,대형 마트"

홈플러스 진주점은 지방에 대형 마트를 짓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2005년 12월 착공 당시부터 공사장 외벽에 홈플러스라는 상호를 쓰지 못하고 시행사 이름을 내걸었다.

혹시나 모를 반발을 감안해 '눈치 보기'를 해 온 것.홈플러스 간판은 개점 사흘 전에야 비로소 걸렸다.

정치권 일각에서 출점 제한 등 대형 마트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일자 본래 5월로 돼 있던 개점 예정일이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다.

김정규 진주점장은 "최근 한 달간은 시청에 불려다니느라 개점 홍보는 뒷전에 밀어놨을 정도"라고 말했다.

결국 진주 시청은 자체 여론 조사를 실시했고 홈플러스 입점에 대한 찬성률이 86%로 압도적이어서 승인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진주시의 두 번째 대형 마트(2000년 이마트 개점)인 홈플러스가 문을 열자 지역 주민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특히 문화센터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연 인원 40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강좌에 이날 하루에만 1280명이 등록한 것.김영기 홈플러스 PR사회공헌부문 팀장은 "작년 9월 문을 연 거제점의 경우 첫날 접수 인원이 1800명으로 서울 최고 기록인 강서점(1500명)을 넘기도 했다"며 "인근에 이렇다 할 교육 시설이 없는 탓인지 지방으로 갈수록 문화센터에 대한 열기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백화점 입점이 어려운 지방에서 대형 마트가 지역 사회의 '문화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형 슈퍼마켓 짐싸고,전자전문점·식당·공인중개소 들어오고

홈플러스 진주점이 들어서면서 주변 상권 지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불과 50m쯤 떨어져 있는 GS슈퍼마켓은 홈플러스 개점일에 맞춰 문을 닫았다.

홈플러스와 1km가량 거리를 둔 경남 지방의 토착 유통업체인 탑마트도 자리를 옮기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엔 탑마트 관계자들이 홈플러스 입점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는 홈플러스에 반대한 유일한 시위이기도 하다.

인근 동부종합상가의 한 상인은 "재래 시장은 이미 공동화된 상태라 특별히 피해랄 게 없다"고 말했다.

반면 홈플러스가 가져올 쇼핑객 운집 효과를 기대하고 주변에 전자전문점을 비롯 식당 병원 등의 자영업자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GS슈퍼마켓 자리에는 전자랜드가 들어설 예정이며 홈플러스 반경 1km 안에 들어선 개업 식당만도 올 들어 횟집 등 여섯 곳에 달한다.

20m쯤 떨어진 거리엔 '맘스맘'이란 유아용품 전문점이 들어섰다.

이곳 사장은 "홈플러스가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쇼핑객이 많아질 것"이라며 "홈플러스에 없는 상품들을 싼 값에 판매하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인근 A공인중개 대표는 "대로변을 중심으로 상가 매수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면서 부동산 시세가 1년 사이 평균 20%가량 뛰었다"고 설명했다.

진주=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