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 기준금리가 연내에 인하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5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통화정책 컨퍼런스에서 화상연설을 통해 "앞으로 수분기 동안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경기 확장 추세와 맞닿거나 이보다 근소하게 낮은 수준의 완만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경기에 대한 낙관론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부동산 경기 둔화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다소 길어지고 있으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가 미국 경제 전체나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근원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있으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커질 위험은 여전하다"고 평가해 통화정책의 우선순위를 인플레이션 억제에 맞추고 있음을 다시 확인했다.

버냉키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이 뉴욕 증시에 전해지자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국채 수익률은 상승하고 주가는 하락했다.

지표금리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5%포인트 오른 연 4.97%를 기록했다.

이는 9개월 만에 최고치다.

그동안 야금야금 오르던 국채 수익률은 어느덧 5%라는 강한 심리적 저항선을 마주하게 됐다.

아직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은 금리역전 현상이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장기금리의 상승은 증시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버냉키 의장의 진단처럼 최근 미국 경제지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날 발표된 5월 중 공급관리자협회(ISM) 서비스업지수는 59.7로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주 나온 5월 중 ISM 제조업지수도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다.

주택 경기를 제외한 다른 지표도 양호하다.

공장 주문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고용 사정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러다보니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내 금리인하 전망을 포기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10년만기 국채 수익률 예상치를 종전 연4.5%에서 4.9%로 상향조정했다.

금리상승 및 인상 분위기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셈이다.

금리인상 분위기는 미국에서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인상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자에서 "지난 10년간 중국 인도와 동유럽 국가들의 낮은 노동력 덕분에 세계 경제는 낮은 인플레이션 아래서 비교적 견조한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었으나 이제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점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많은 나라의 공장들이 완전가동 상태에 달하면서 세계적으로 임금이 상승하고 물건 값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세계의 창고로 불렸던 중국도 작년 임금이 21% 오르면서 가구와 의류 수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낮은 상태를 유지하던 인플레이션이 꿈틀하고 있으며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리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