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프로그램 '한글'로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자존심을 지켜냈다는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2000년대 초반 적자에 허덕이다가 2003년 프라임 그룹에 인수된 후 흑자전환한 이 회사는 이제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구글도 탐내는 웹오피스 '씽크프리',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서버에 탑재한 리눅스 운영시스템 '아시아눅스'가 한컴의 새 희망이다.

한컴이 '국민 소프트웨어'라고 자랑하는 '한글' 오피스가 토대인 것은 물론이다.

한컴은 과연 글로벌 소프트웨어업체로 도약할 수 있을까.


◆한컴의 상징,한글 오피스


한글 오피스는 한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이 소프트웨어는 1992년만 해도 국내 오피스 프로그램 시장의 80%를 차지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90년대 중반 이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워드'가 전 세계에 널리 퍼지면서 2006년에는 국내 시장점유율이 17%까지 떨어졌지만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꿋꿋이 버티고 있다.

2003년 초까지만 해도 한컴은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위기에 빠졌다.

한글 오피스 운명 역시 끝나가고 있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2003년 프라임 그룹이 인수한 후 백종진 사장과 임직원은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다행히 2004년 대다수 공공기관이 '한글 97'을 '한글 2002'로 교체했다.

그 덕에 그 해 오피스 매출이 50%나 늘었다.

올해 나온 '한글 2007'은 'MS워드'를 잡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야심작이다.

복잡한 기능을 간소화했고 워드,엑셀,파워포인트 등과 호환이 된다.

한글 오피스의 최대 약점을 해결한 것.업데이트도 자동으로 해준다.

한컴은 MS 워드보다 저렴하면서 MS 문서를 모두 열어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구글이 탐내는 씽크프리

한컴이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가 되겠다고 큰소리를 치는 원동력은 자회사 한컴씽크프리가 개발한 '씽크프리'다.

씽크프리는 인터넷으로 내려받아 사용하는 '웹오피스'다.

소프트웨어를 패키지로 구매해 쓰는 시대가 가고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사용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데 착안한 것. 씽크프리는 이 시대를 앞당기는 선구적인 제품이다.

씽크프리는 워드프로세서인 '라이트',스프레드시트인 '캘크',프레젠테이션인 '쇼우'로 구성됐다.

패키지,서버용,온라인용 3가지 버전이 있다.

윈도에서만 구동하는 워드나 한글과 달리 리눅스나 매킨토시 등 어떤 운영체제(OS)에서도 작동한다.

MS 오피스와 호환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영어와 일본어 등 15개국 언어도 지원한다.

씽크프리는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외국 칼럼니스트들은 구글이 웹오피스 업체인 라이틀리를 인수하자 '씽크프리를 놔두고 라이틀리를 인수한 것은 미련한 짓'이라거나 'MS는 씽크프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글은 한컴씽크프리 인수를 검토했다.

구글 임원이 백종진 한컴 사장과 강태진 한컴씽크프리 대표를 접촉했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한컴 측은 인수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했지만 구글이 한때 군침을 흘렸던 것은 사실이다.

한컴은 지난해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모든 공공도서관에 서버용 씽크프리를 공급했고 지난 5월에는 일본 소프트웨어 업체 소스넥스트와 손잡고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에는 올 하반기께 서버용 씽크프리를 내놓을 예정이다.

한컴은 연간 사용료를 3만~5만원 선으로 책정해 MS 워드를 잡겠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이미 NHN과 손을 잡고 네이버에서 베타 서비스를 하고 있다.

3분기께는 네이버 씽크프리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한컴이 NHN으로부터 받기로 한 금액은 3년간 매년 10억원.액수는 적지만 국내 최대 포털을 통해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고객을 늘려나간다면 충분히 수익성이 있다고 한컴은 보고 있다.


◆윈도에 맞서는 '아시아눅스'

한컴의 또다른 무기는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공개 소프트웨어 리눅스다.

한컴은 2004년 중국 훙치리눅스,일본 미라클리눅스와 제휴,서버용 리눅스인 '아시아눅스'를 개발했다.

데스크톱에서는 윈도가 99%를 차지할 정도로 높지만 서버에서는 리눅스의 점유율이 2004년 19.2%,2005년 22.3%,2006년 23.4%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컴은 아시아눅스를 MS의 서버 OS보다 80%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서버용 리눅스만 놓고 보면 한컴의 전략은 성공적이다.

국내 서버용 리눅스 시장점유율은 2005년만 해도 미국 레드햇이 53%,한컴 24%,독일 수세리눅스 13%였지만 2006년에 한컴의 점유율이 50%로 훌쩍 뛰면서 1위를 차지했다.

이 부문 매출도 2004년 7억3000만원,2005년 53억9000만원,2006년 96억7000만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데스크톱용 '리눅스 3.0' 버전도 내놓는다.

국내 인터넷 환경이 MS의 익스플로러에 치우친 탓에 리눅스 데스크톱을 쓰는 사람은 드물다.

각종 인터넷 서비스가 MS의 액티브X로 구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컴은 리눅스 데스크톱 버전을 계속 업그레이드하며 공략할 계획이다.


◆씽크프리와 리눅스,위력 발휘할까

한컴이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가 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씽크프리는 '세계 최고의 웹오피스'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수익성이 검증된 것은 아니다.

성종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씽크프리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인정받는 소프트웨어이자 한컴의 유일한 성장동력이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종진 사장은 "씽크프리에 한컴의 미래가 달렸다"고 말한다.

그만큼 씽크프리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크다.

이런 차원에서 씽크프리를 본격적으로 판매하는 올 하반기쯤에는 백 사장이 한컴씽크프리 대표를 직접 맡을 가능성도 있다.

서버용 리눅스도 아직 안정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한컴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시스템의 일부로 들어가는 실정이어서 그다지 남는 게 없다.

한컴은 지난해 '크레팟'이라는 동영상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장터 서비스도 시작했다.

크레팟은 소프트웨어 업체가 내놓은 인터넷 서비스란 점에서 눈길을 끌었으나 아직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한컴은 과연 어디서 '대박'을 터뜨릴 것인가.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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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한글1.0 발표

1990년: 한글과컴퓨터 설립

1992년: 한글2.0 발표

1996년: 코스닥 등록,한글 오피스96 발표

2001년: 한글 2002 출시

2003년: 한컴 오피스 2004 출시

2004년: 아시아눅스 파트너 선정됨

2005년: 씽크프리 오피스3.0 출시,리눅스 서버(32/64비트) 출시

2006년: 한글과컴퓨터 오피스 2007 출시, 한글과컴퓨터 한글 2007 출시

2007년: 리눅스 데스크톱3,리눅스 서버3 발매 예정